철근 빠진 아파트… LH 15곳 더 나왔다
이미 입주 마친 곳 5개단지 달해
원희룡 "건설 이권 카르텔 근절"
인천 검단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무더기로 확인됐다. LH가 검단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으며, 이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 정부가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철근 누락 아파트는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
30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L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LH 발주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조사 결과 91개 단지 중 이미 준공된 단지는 38개(38%), 공사 중인 단지는 56개(62%)였다.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10개 단지는 아예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빠져 있었다.
구조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구조계산은 제대로 됐으나 설계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린 사례도 나왔고, 5개 단지는 시공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근이 빠진 15개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드러난 곳 중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5개 단지다. LH는 입주한 4개 단지에서 정밀안전점검을 추진 중으로 보완 공사를 할 예정이다. 1개 단지에 대해서는 이미 보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LH는 작년 4월 입주가 시작된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지하 주차장 일부 기둥에 보강 철근이 빠진 것을 확인해 긴급보강 공사를 진행한다는 공문을 단지에 붙인 바 있다. 해당 공문에서 LH 측은 "지하 주차장 기둥 중 16개를 검사했더니 15개 기둥에서 보강 철근이 빠져 있었다"며 "LH에서 시공사에 제공한 도면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시공사 및 감리사의 과실로 부실시공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입주 전 단지 중 6개 단지는 보완 공사 중이며, 4개 단지는 입주 전 보완 공사가 마칠 예정이라고 LH는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1만3000여가구가 입주한 경기 시흥 은계지구 LH 아파트단지의 상수도관 문제도 논의됐다. 시흥 은계지구 아파트 단지에서 상수도관의 내부 코팅제가 떨어져 나와 2017년 입주 직후부터 수돗물에서 검은색 이물질이 나오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LH는 상수도관 교체를 약속했지만, 상수도관 납품 업체가 자재 계약 때 LH 담당자에게 부정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주민들은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원희룡 장관은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을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아파트 '플라스틱 수돗물' 등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하며, 도려내겠다고 선언했다.이어 "국민 신뢰를 한 몸에 받아야 할 LH 아파트에서 심각한 문제 발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LH에 대한 감독 부처이자 공공주택에 대한 사업 감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직접 짊어지고 이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LH에 시흥 은계지구의 불량 (상수도관) 자재를 구매 및 감독한 책임자와 무량판 구조로 설계·시공하면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 및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 현장에서 수십 년 넘게, 가깝게는 지난 6~7년간 비정상이 쌓이고 쌓인 부분의 이권 카르텔을 도려내고, 업무 부실은 근본적으로 끊어내겠다"며 "올해 하반기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 혁신을) 집중적인 주요 업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심판대 위에 LH부터 올라가라"며 엄중한 조치를 예고한 뒤 "(국토부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우리 스스로를 고발하는 조치까지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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