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밭일하다 체온 43도까지... 전국 곳곳 온열질환 사망 속출
전국에 35도 안팎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주말 사이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10명 이상 발생했다.
30일 행정안전부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확인된 온열질환 사망자는 경북 2명, 경남 2명, 충북 1명, 충남 1명, 전북 1명 등 총 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폭염대책기간 시작인 5월 2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015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망자는 4명이 늘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70대 이상 고령자로,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 33~36도에도 논밭에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29일 오후 3시 56분쯤 경남 남해군 서면에서는 밭일을 하던 81세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지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당시 이 여성의 체온은 43도까지 치솟아 있었다. 앞서 28일 오전 11시 21분에는 경남 밀양시 한 비닐하우스에서 51세 남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숨졌다.
경북에서도 온열질환 사망자가 2명으로 집계됐다. 29일 오후 1시 28분쯤 상주시 이안면에서 95세 남성이, 같은 날 오후 5시 8분 문경시 영순면에서 81세 여성이 밭일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이 밖에 충남 서천군과 충북 제천시에서도 90세 여성과 76세 남성이 밭일을 하다 숨졌다. 전북 군산시에서는 74세 남성이 집 앞 마당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더 있었다. 이를 합하면 관련 사망자는 10명을 훌쩍 넘었다. 각 지자체와 소방청에 따르면 7명의 사망자가 더 있었다. 29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에서 80대 여성이 과수원에서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같은 날 오후 9시 58분에는 경산시 자인면에서 70대 남성이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0일에도 오후 2시 9분쯤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80대 남성이 풀밭에서, 오후 2시 8분쯤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선 밭일을 하러 나갔던 90대 남성이 길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2시 5분쯤에는 봉화군 봉화읍의 한 밭에서 90대 여성이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기에서도 29일 오후 7시 50분쯤 경기 양평군 옥수수밭에서 90대 여성이, 같은 날 오후 4시 50분쯤 경기 안성시의 한 밭에서도 80대 남성이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지방자치단체가 확인한 사망자를 합치면 최대 14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질병청 등에 보고할 때 시차가 있어 집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관계부처에 고령 농업인과 독거노인, 공사장 야외근로자 등 폭염 취약 계층 관리에 만전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31일에는 재난대응정책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도 열기로 했다.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전 세계적 이상기후에 따라 한국 또한 여름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폭염 시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하고, 더운 날씨에 외출하거나 논밭일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폭염 시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폭염 발생 시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고 외출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창이 넓은 모자나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물병을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냉방이 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햇볕을 가리고 환기가 되도록 선풍기를 켜고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둔다. 또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집에 두고 장시간 외출할 때는 전화 등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고,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두통 등 증세가 있을 경우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안동=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남해=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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