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국 덫에 빚더미 앉은 스리랑카에 손 내밀어
영향력 키우려는 중국 적극 견제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참여국이면서 최근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일본이 중국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29일 스리랑카 최대 도시 콜롬보에서 라닐 위크레마싱헤 대통령과 만나 채무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채무 재편 과정에 모든 채권국이 투명하고 공평하게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동 일주일 전에는 위안자쥔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충칭시위원회 서기가 위크레마싱헤 대통령과 만났다. 중국이 스리랑카를 지속적으로 영향권에 두려고 하자 일본이 외교 사령탑을 현지에 보내서 적극 견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 하야시 외무상이 언급한 ‘모든 채권국’이란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다. 스리랑카는 작년에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프랑스 등과 함께 ‘채권국 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주요 채권국인 중국은 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스리랑카 부채 상환 문제에 있어서 서방 국가 및 남아시아 패권국 인도와 연대해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본 재무성은 스리랑카의 공적 대외 채무(101억달러·약 12조9000억원) 가운데 중국(41억달러)과 일본(27억달러)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스리랑카에 38억달러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단행한 인도와 힘을 합치면 중국 견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스리랑카는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가 빚더미에 오른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2010년 중국에서 받은 3억700만달러 차관으로 남부 지역에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다가 원리금 상환을 못 하게 되자 2017년 항구 운영권을 중국 국영기업에 넘겼다. 작년 9월에 지어진 콜롬보의 최고층 건물인 로터스 타워(높이 350m)도 사업비 80% 정도인 8800만달러를 중국에서 빌려왔다. 일본은 스리랑카가 중국발 채무 문제로 곤란에 빠진 상황을 틈타 스리랑카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은 작년 9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때 방일했으며, 올 5월에도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는 등 일본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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