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판사' 성매매 재판 배석…판결문엔 "사회적 해악 엄벌 필요"(종합)

10년동안 최소 10여건 재판…강제추행 등 성범죄 사건도 다수
법원, 지난주 수사개사 통보에도 8월부터 업무배제…늦장 대처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 출장 중 대낮에 성매매한 현직 판사가 다수의 성매매 사건 재판을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는 성매매 알선 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사회적 해악이 적지 않으므로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최근 10년 성매매 관련 판결 최소 10건…합의부 배석판사로 판결

30일 뉴스1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검색한 결과 현직 이모(42) 판사가 최근 10년동안 '성매매' 관련 판결에 재판관으로 참석한 사건 수는 최소 1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판사는 자신이 소속된 지방법원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형사항소 합의부 배석 판사로 성매매 알선 사건 재판·선고에 참여했다.

합의부는 재판장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되며, 배석판사 1명이 '주심'을 맡아 각 사건을 주도해서 심리한다.

지난 2021년 9월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배석판사로 재판에 참석한 이 판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광고 글을 올려 성매수 남성을 물색한 후 자신들이 관리하는 여성과의 성매매를 알선하고 그 대가 중 일부를 취하는 행위의 영업을 반복했다"며 "제3자에 의한 지속적인 영리행위가 강요·착취 등 추가적인 불법행위를 유발할 수 있어 사회적 해악이 적지 않으므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항소를 기각하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밖에도 이 판사는 지난해 7월 주점에서 20대 종업원을 성추행 한 피고인에게는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12월에는 같은 빌라 건물에 사는 20대 피해자를 강간한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성추행과 성매매 등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해왔던 이 판사는 불과 한 달 전에도 성 범죄 사건을 맡았다.

지난달 15일에는 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7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창치 부착을 명령받은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어기자 이에 대해 벌금 70만원 부과를 명령했다.

성 범죄 관련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판사가 성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법원 경찰 수사개시 통보 지난주…8월 업무배제 '늦장 대처' 논란

한편, 법원은 이 판사에게 8월부터 담당 형사재판 업무를 배제하는 늦장 조치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된 이 판사가 맡고있는 형사재판 업무를 오는 8월부터 배제하기로 했다. 향후 사무 분담 조정은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업무배제와는 별개로 이씨에 대한 징계절차는 이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사건 발생 한 달 뒤 이 판사가 소속된 지방법원에 수사 개시를 통보했으나, 일주일이 넘은 현재까지 법원이 징계 청구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해당 판사가 소속된 지방법원장이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해야 개시된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 판사는 6월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30대 여성 A씨를 만나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판사가 떠난 호텔에서 A씨를 현행범 체포 후 그를 통해 이 판사의 신원을 특정해 검거했다.

이 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현직 판사 신분을 밝혔으며, 업무 일정을 이유로 서울에서 출장 중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