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0’으로 심화된 부의 불균형…사회보장제 중요성 커져 [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윤재준 2023. 7. 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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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이에 실바인 캐서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재무금융 교수와 조찬익 홍콩 중문대 경영대학 재무 교수의 대담을 통해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이유 등을 알아본다.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데.

―당신의 연구 중 하나가 사회보장제도와 부의 불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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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인 캐서린 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재무금융 교수
부자들, 주식 등 미래에 현금 발생하는 자산 보유비율 높아
美 장기성장률 하락에 이자율↓… 부자들 자산은 더 늘어
실바인 캐서린 교수는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재무금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와튼스쿨에서 벤처캐피털과 금융혁신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가계금융, 공공재정, 기업재무 분야로 저명한 논문들을 재무학 최고 학회지인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Journal of Finance' 그리고 'Review of Financial Studies'에 출간했다. 툴루즈 경영대학에서 경제이론과 경제통계로 석사를 취득하고 HEC 파리에서 재무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찬익 교수는 서강대학교에서 경영·경제학사,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토론토대학교 로트만 경영대학에서 재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홍콩 중문대 경영대학 재무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이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개선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2080 파레토 법칙'이 최근에는 '1090' 등으로 심화됐다. 이에 실바인 캐서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재무금융 교수와 조찬익 홍콩 중문대 경영대학 재무 교수의 대담을 통해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이유 등을 알아본다.

대담 = 조찬익 홍콩 중문대 경영대학 재무 교수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데.

▲1980년대부터 부자 상위 1%의 자산이 경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도 많은 설명들이 나왔다. 내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부의 불균형의 변화는 장기적인 이자율 변화 추세와 부자들이 어떤 자산을 보유하는지에 따라 이해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먼저 집을 구매한 다음에 주식과 같이 현금 흐름이 미래에 발생하는 자산(Long-duration assets)을 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부자들은 부의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주식, 특히 기술주식과 같이 현금이 나중에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산의 특징은 현금이 미래에 발생하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이자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1980년대부터 이자율이 꾸준히 떨어지면서 자산의 가치가 결정되는 데 있어 미래 현금에 대한 할인이 줄어들게 됐고, 부자들의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것이 부의 불균형이 급격하게 심해진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부의 불균형이 줄었는데 이때는 이자율이 상승한 시기였다.

―이자율 하락 이유는.

▲거시경제학 측면에서 이자율은 경제성장률과 관계가 깊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저축을 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전망한다면 저축이 증가하고 돈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이자율은 떨어지게 된다. 이를 고려할 때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장기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이자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부의 수준이 증가하면 저축을 많이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이자율은 떨어진다. 그러나 부자들은 저축금액이 큰 만큼 자산 가치는 증가하게 된다. 부의 수준이 증가하면 또 저축이 늘고, 이자율은 또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난다. 부자들은 이자로 소득이 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저축할 여유도 없지만 저축을 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연구 중 하나가 사회보장제도와 부의 불균형이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나.

▲그렇다. 부의 불균형을 계산하는 데 있어서 누락되는 것이 사회보장제도다. 사회보장제도는 기본 퇴직 저축수단이고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다.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은 소득에 따라 줄어들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자산 가치는 저소득층 그리고 중간소득층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얻게 되는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부의 불균형을 다시 계산한다면 그 심각성이 크게 줄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고려하면 부의 불균형의 전반적 증가 추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가 연금제도인데, 연금은 은퇴 후 혜택을 받기에 현금흐름이 미래에 발생하는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현금흐름이 미래에 발생하는 자산이 최근 수십년간 이자율 하락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증가했던 것과 같이 사회보장제도의 자산 가치도 최근 수십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사회보장제도를 고려한다면 부의 불균형이 그렇게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미국 사회보장국의 계산방식에 따르면 1980년대 말 사회보장제도의 자산 가치가 4조~6조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40조달러까지 증가했다. 사회보장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부의 가치가 93조달러라는 걸 생각한다면 사회보장제도의 자산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부의 불균형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인데, 경제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확한 부의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부의 불균형 정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부의 불균형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요소가 인적자본이다. 부자들의 인적자본 가치가 클 텐데 그렇다면 또다시 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지는 않은가.

▲'부'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사전들을 찾아보면 일을 하지 않고서 누릴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인적자본을 포함하지 않는 개념이다. 물론 개인이 소비를 하는 데 있어 인적자본의 가치가 고려되기 때문에 인적자본은 소비의 불균형을 생각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의 불균형을 생각하는 데 있어서는 다소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의 정책공약 중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는 기본소득제도가 있었다. 한국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소득제도는 여러 국가에서 제기되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된다. 기본적 목표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고용보험, 국민임대주택, 저소득층 정부 보조금이 그런 역할을 해왔다. 기존에 있는 제도의 문제는 노동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하에서는 추가적 노동을 통해 소득이 올라갈 때 기존에 누렸던 혜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 노동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제도는 소득이 올라가도 혜택이 없어지지 않기에 개선된 사회안전망을 제공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할 수 있는 건 기본소득이 충분하기에 사람들이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은 사회의 근간이 되는 부분이고, 개개인이 사회성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인데, 기본소득제도로 인해 사람들이 아예 일을 하지 않는다면 아주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의 불균형 개선을 위한 한 방법으로 미국에서는 최근 학자금대출 탕감이 이슈다. 학자금대출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미국 학자금대출 규모는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0년간 그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바이든 정부가 학자금대출 탕감에 나선 것이다. 탕감금액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규모로, 공공부채가 추가되는 부분이고 세금을 통해 충당될 것이다. 이 이슈와 관련해서 중요한 문제는 결국 누가 이득을 볼 것인가이다. 당연히 학자금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문제이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안 나온 사람에 비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기에 학자금대출 탕감은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혜택이 간다.

―학자금대출금 탕감은 오히려 등록금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데.

▲사실 내 연구에 따르면 바이든의 학자금 탕감정책과 상관없이 이미 존재하는 학자금대출 프로그램들이 학교 등록금을 인상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낼 여력이 증가하기에 학교는 더 많은 등록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기존 학자금대출 프로그램에 더해 바이든의 학자금대출 탕감까지 이뤄진다면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할 것이다. 학자금이 탕감될 거라는 기대하에 대출조건이 충족되는 학생들이 더 많은 대출금액을 신청할 수 있고 학생들의 대출여력이 증가해 학교는 더 많은 등록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직장을 얻기까지 학자금대출 이자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 효과가 있을까.

▲대출이자 감면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정책효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언급되었던 소득에 따른 미국의 학자금대출 프로그램은 사회보장제도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지만 호주 또는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면 미국은 학자금대출이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기업은 상환이 늦어질수록 이득을 보기 때문에 대출자가 늦게 상환하도록 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이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영국 같은 경우는 정부가 학자금대출을 관리한다. 영국 국세청에서 학자금대출 상환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는데, 국세청에서 대출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소득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다. 물론 전에 언급했듯이 이렇게 학자금대출 부담을 줄여주는 게 대학교 등록금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에게 유리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데 얼마나 등록금을 규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정부의 압력이나 규제로 등록금을 동결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 좀 더 상황이 복잡한 게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학생재원이 줄어든다면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 어떻게 교육자원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정말 알기 어렵다. 미국은 등록금 규제가 없고, 대학교들이 등록금을 자유롭게 올리는데, 정말 그 돈이 학생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은 교수에 대한 투자보다 행정부문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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