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던 부산 영도, 매달 160만명이 찾는 '핫플'로
민간 주도로 도시재생
지역 기업 삼진어묵·송월타올
빈집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
버스도 잘 안다니는 '피아크'
"조선소 보며 커피" 2030 몰려
데이비드 호크니 등 미술展도
부산 영도는 광역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몇 안 되는 인구소멸지역이다. 산업연구원이 개발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적용 결과 ‘소멸우려지역’으로 꼽힌 50곳 가운데 광역시의 구(區) 단위 지자체는 영도구·서구, 울산 동구뿐이었다.
그런 영도에 관광객이 몰려들며 지역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젊은 기업인들의 활성화 의지, 지역의 헤리티지를 살려 ‘MZ 감성’을 자극한 재개발, 문화 콘텐츠 유치라는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다.
관광객이 지역민의 16배
영도 동쪽 해양로를 달리다 보면 하얀색 배 모양 건물이 나온다. 옛 조선수리업 공장 일대에 2021년 지어진 복합문화공간 ‘피아크’다. 30일 찾은 이곳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피아크는 걸어서 2분 거리 ‘미창석유’ 정류장에 66번 버스 한 대만 서는 대중교통 불모지다. 그런데도 창 너머 부산항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려는 연인, ‘데이비드 호크니&브리티시 팝아트’ 전(展)을 관람하려는 미술 애호가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영도를 찾은 관광객은 162만 명이다. 6월 말 기준 영도구 인구(10만7000명)의 15.1배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리던 2020년 6월(129만 명)보다 25.6%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외지인의 소비 증가 폭은 부산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상반기 영도구 관광소비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어 해운대구(3.3%)보다 5.6배 높았다. 부산시 전체 평균(11.1%), 전국 평균(9.3%), 서울(10.8%)과 비교해도 폭이 훨씬 크다.
의기투합 기업인들
영도는 일제강점기 국내 최초의 근대적 조선사인 조선중공업주식회사(HJ중공업)가 들어서 조선업·조선수리업이 번성했다. 1980년엔 인구가 21만3000명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업 쇠락과 영도 인근 부산시청의 1998년 연산동 이전으로 상권이 빠르게 몰락했다. 젊은이들의 발길도 끊겼다. 영도구의 고령화 비율은 28.9%로 해운대구(18.5%) 등 부산의 다른 구보다 훨씬 높다.
무너져가던 지역 경제는 2021년 무렵부터 지역 기업인과 청년 창업가들이 명소를 조성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삼진어묵이 태종로99번길 본사 근처에 지은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가 대표적이다.
삼진어묵은 2021년 본사와 봉래시장 사이 여섯 채의 방치된 빈집 등을 도시재생프로그램을 통해 탈바꿈시켰다. 삼진어묵, 송월타올, 머거본 등 지역 브랜드 가게와 지역 소상공인의 가드닝숍, 그로서리스토어 등이 입점했다. ‘힙’한 공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지역 브랜드 제품을 쇼핑하고 바로 옆 전통시장(봉래시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영도의 관광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관광공사 조사 결과 코로나 사태 전(2018년 기준)까지만 하더라도 태종대, 해양박물관, 영도대교 등이 주요 관광지였는데 지난해엔 피아크, 삼진어묵 기념관, 흰여울문화마을 등이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 피아크 옆 5940㎡ 규모 공장 부지에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 부산’이 들어선다. 류제학 피아크 대표는 “뜨는 관광지도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편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어느 관광지든 문화 콘텐츠가 풍부해야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부산, 외국인 관광지출 비수도권 1위
영도 같은 사례는 부산 내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려제강이 수영구 망미동 와이어 공장 일대를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재단장해 2016년 선보인 게 그렇다. 여기엔 현대모터스튜디오, 국제갤러리, 금난새뮤직센터 등이 들어섰다. 지난 26일 국제보훈장관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찾기도 했다. 지난해 문을 연 수영구 민락동 ‘밀락더마켓’도 지역 외식업체 키친보리에가 개발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곳이다.
그 결과 부산의 상반기 외국인 관광지출액은 1874억원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 중 1위였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주인구를 크게 늘릴 수 없다면 관광객 소비로 나타나는 ‘방문자 경제’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며 “민간 주도로 관광지를 개발해도 교통 인프라 등은 관(官)이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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