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교체예산으로 DX 하겠다는 정부…업계 "가격후려치기 안돼"

팽동현 2023. 7.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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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식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제공

정부가 비대면 업무환경 구현과 DX(디지털전환)를 위해 추진하는 '온북' 사업의 핵심인 공공 DaaS(서비스형 데스크톱)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정부·공공기관과 SW(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가격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DX에 걸맞은 사업기획과 예산배정을 하지 않은 채 기존 PC 구매예산을 DaaS 도입에 쓰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30일 SW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공부문에서 민간 클라우드 기반 DaaS를 도입한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올해 신설된 DaaS부문 CSAP(클라우드 보안인증)를 획득한 곳은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가비아 세 곳으로, NHN클라우드는 하반기 취득 예정이다.

온북은 공무원들이 출장이나 재택근무 등 비대면 환경에서도 보안규정을 지키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트북이다. 그동안 공공부문에선 보안을 위해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구분해 공무원들은 PC를 2대 썼다. 온북은 가상화 기술로 논리적 망분리를 구현, 하나의 PC로 업무 전반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선 VDI(가상데스크톱)를 자체 구축하거나 클라우드 기반으로 VDI 기능을 제공하는 DaaS를 도입해야 한다.

행안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2027년까지 공무원 업무용 PC 90%를 온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기존 구축형 VDI 위주에서 구독형 DaaS 도입을 유도해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클라우드 전환에 발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온북이 도입된 곳은 행안부, 교육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국방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림청, 대구교육청 정도에 그친다.

공공 DaaS 시장은 2025년까지 약 3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아직 그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은 가격에 대한 온도차 때문이다. 온북 도입에는 각 부처·기관의 사용연한 완료 PC 교체 예산이 활용된다. 통상 공공기관은 PC 한 대당 50만~100만원 정도에 구매해 5년 이상 사용하는 실정이다.

이와 달리 클라우드 업체들이 제공하는 DaaS는 기본 상품도 사용자 계정 하나에 월 5만원 수준이다. 단순 비교하면 PC 2대가 1대로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도 최대 3배 가량 돈이 더 드는 셈이다. 정부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채 DaaS 도입을 밀어부칠 경우 기업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다. 공공 클라우드 전환 기조에 부합하진 않으나 구독형 DaaS 대신 국가정보원 보안기능확인서를 획득한 구축형 VDI 도입으로 선회한다 해도 가장 저렴한 곳이 계정당 120만원이고 보통 200만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공공기관에선 DaaS 월 이용료가 3만원대로 낮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전체 IT예산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예산과 업계가 요구하는 비용의 격차가 큰 만큼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온북 도입은 각 부처·기관이 추진해야 하고, 행안부가 강제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행안부의 '90% 온북 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SW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있는데 정부·공공기관들이 무리하게 깎아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더이상 SW시장의 성장을 힘들게 하는 '적자 유발 고객'이 돼선 안된다는 것. 금융, 대기업 등 민간시장에는 월 5만원 수준 DaaS 가격이 형성돼 있다. DaaS에는 업데이트 등 관리와 정보보호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는 만큼 단순 하드웨어 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SAP DaaS 인증 한 번 받는 데 드는 수수료만 해도 약 5000만~6000만원"이라며 "SW 제값받기가 이제야 조금씩 이뤄지는 상황인데 DaaS가 초기부터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과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과 민간 양측 모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란 낙관론도 존재한다. 도입처가 늘어날수록 수요에 맞춰 공급가에 대한 타협점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들이 CSAP DaaS 인증을 획득한 지 반년 정도밖에 안 됐다. 올해는 사업 원년이고 내년부터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며 "온북 도입 시 CSAP 인증 사업자의 공공 DaaS 이용을 권고하는 등 민간 클라우드 활성화 지침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 "온북 도입 시 요구되는 DaaS 등 온북 제품의 구매 형태(구축형 또는 구독형)와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한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에서 월 3만원대의 구독형 DasS가 판매되고 있다"며 "온북 도입은 사용자의 업무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고자 행정기관의 예산범위 내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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