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명 노리는 애플·삼성·中… 체험매장·공장까지 `인도 러시`
삼성, 현지연구소 대규모 운영
애플, 인도 생산비율 25% 목표
비보 등 中업체 점유율 2~5위
테크산업에 부는 인도風
스마트폰 기업들이 인도 14억 인구의 손 위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샤오미는 유통망과 체험매장을 확대하고 애플은 '아이폰' 공급망을 동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동안 중저가 제품 위주이고 피처폰 이용자 비중도 높은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기회의 시장으로 꼽힌다. 인도는 세계경제 둔화 흐름 속에서도 매년 6% 성장률을 기록해 오는 2027년 일본, 독일을 제치고 G3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성장세는 구매력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탄탄한 경제에 프리미엄폰 시장 커진다
인도는 14억명이 넘는 인구 대국이면서 중산층이 2025년까지 5억47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중저가 제품이 주를 이뤘던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이 높아지는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중위연령 또한 중국보다 10년 젊은 28세로, 최신 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금이 인도의 순간(India's Moment)"이라고 밝힌 배경엔 이런 젊은 인구대국의 자신감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화두가 되면서 인도는 글로벌 생산기지로도 부상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중국 위주의 제조 생태계를 인도로 옮기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 기회를 잡는 '양손잡이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SA(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5900만대로 예상된다. 지난해 출하량은 1억4400만대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나홀로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인도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해 2028년 2억3700만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제친 삼성, 1위 다진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가성비가 강점인 중국 기업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620만대를 기록, 점유율 20.2%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 비보는 18.2%로,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이 1.9%p 떨어진 18.2%로 2위를 기록했다. 출하량에서 1위인 삼성전자와 60만대 차이가 난다. 종전에 선두였던 샤오미는 16.9%로 3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인도를 단순히 시장으로만 보지 않고 R&D·제조를 종합한 큰 그림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지에 생산법인과 연구소, 디자인 조직을 두고 철저히 현지 수요에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아직까진 갤럭시 A·M·F시리즈 등 가성비 위주의 제품이 중심이다. 특히 인도 현지 노이다 공장에서 최상위 제품인 갤럭시S23도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은 프리미엄폰으로도 공략범위를 넓혀간다. 지난 26일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한 새 폴더블폰 제품인 '갤럭시Z플립5'와 'Z폴드5'의 전략적 공략 시장으로도 인도가 꼽힌다.
삼성은 델리, 뭄바이, 첸나이 , 콜카타 등 인도 전역에 신제품 체험공간을 열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1월에는 뉴델리 중심가이자 최대 상업지역인 '코노트 플레이스'에 북인도 최대 프리미엄 체험 매장인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말까지 인도 9개 도시 13곳에 체험형 매장을 오픈하고 온라인 판매도 강화한다.
◇타타그룹 손잡은 애플도 인도 시장 군침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인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 업체와 애플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 기업 비보, 샤오미, 오포, 리얼미가 각각 2~5위로, 합산 점유율이 절반이 넘는다. 애플도 견제 대상이다. 2020년 1분기 인도 시장에서 1.1% 점유율에 불과했던 애플은 올 1분기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6.8%까지 키웠다.
삼성에 1위를 내준 샤오미가 특히 매섭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 1위를 되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다각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그동안 샤오미의 인도 판매량 중 66%는 아마존이나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Flipkart) 등 온라인 플랫폼에 집중됐다. 그러나 인도 휴대폰 시장의 온라인 비중은 44%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판매 확대를 위해 전략 전면 수정에 나섰다. 현재 1만8000여개 수준인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매장 점원 수도 내년 말까지 지금보다 3배 많은 1만2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인도 시장을 독자적 판매지역으로 승격하고 지난 4월 인도 뭄바이와 델리에 플래그십 매장인 '애플스토어'를 개장했다. 팀 쿡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뭄바이의 애플스토어 오픈 행사장에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실제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365달러(약 47만원) 이상 제품은 출하량의 11%, 시장 수익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애플이 먹을 만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지난해 9월부터 '아이폰14' 부품 일부를 인도로 들여와 조립하는 등 인도 생산 비중도 높이고 있다. 인도의 대표 대기업인 타타그룹이 아이폰을 생산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타타그룹이 인도 남부에 있는 대만 기업 위스트론의 아이폰 생산 공장을 이르면 내달 인수하는 거래가 성사되기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에서는 1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아이폰14 모델을 조립하고 있다. 애플은 오는 2025년까지 아이폰 인도 생산비율을 25%로 늘릴 전망이다.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폭스콘도 이를 위해 지난 5월 인도 텔랑가나주 콩가라칼란에서 5억 달러(약 6300억원) 규모 공장을 착공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중국 생산라인을 인도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인도에서 중저가 모델 위주로 생산하던 것과 달리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장에서 '갤럭시S23'를 포함해 '갤럭시Z플립5' , 'Z폴드5' 등 폴더블폰 신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애플에 역공을 편다는 전략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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