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서비스 인프라 대폭 확충…'AS 강자' 렉서스 추월
시설·인력 투자 크게 늘려
렉서스는 수리기간 가장 짧아
많이 팔린 포르쉐·벤츠·BMW
소비자 만족도는 줄줄이 하락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는 3%가량 감소해 점유율이 4년 만에 15%대로 주저앉았다. 제네시스 등 국산 고급 브랜드가 선전한 영향이다.
볼보는 달랐다. 상반기에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은 지난해 5.4%에서 올해 6.5%로 상승했다. 사후서비스(AS) 투자를 꾸준히 늘리며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볼보가 ‘2023년 상반기 한경 수입차서비스지수(KICSI)’ 평가 결과 1위에 오른 배경이다.
볼보, 서비스 인프라 투자 결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국민대 자동차서비스연구소, 리서치기업 엠브레인, 한국소비자원, 보험개발원과 함께한 제17차 KICSI 평가 결과 볼보가 종합 75.7점(100점 만점)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5위, 하반기 2위로 차근차근 순위를 올린 끝에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볼보는 정성평가(78.7점)와 정량평가(72.8점)에서 각각 1위, 2위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만큼 시설, 인력 등 AS 인프라 투자를 확대한 결과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무조건 차를 많이 파는 것보다 소비자 만족도를 중심에 두고 노력한 것이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직전 1위였던 렉서스(74.6점)는 이번 평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 계단 밀려났지만 세부 평가에서 전반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평균 수리 기간이 7.7일로 가장 짧았다. 모(母)브랜드인 도요타는 73.0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하반기 모두 4위에 오른 끝에 올 상반기 ‘톱3’ 자리를 꿰찼다. 도요타는 정성지표 다섯 개 항목 중 정확한 진단과 처방 부문에서 1위를 했다.
이번 평가에서 1~3위를 차지한 브랜드의 특징은 민원이 적다는 점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1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이 한 건이다. 볼보와 렉서스는 각각 두 건, 세 건에 그쳤다. 4위 랜드로버(72.9점)의 약진도 돋보였다. 정성평가(5위)와 정량평가(3위) 모두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며 지난 조사 6위에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판매 급증한 독일 브랜드 ‘부진’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까지 네 차례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포르쉐(72.7점)는 직전 3위에 이어 이번엔 5위로 떨어졌다. 평균 수리 기간이 15.1일로 가장 길었다.
지난 조사에서 5위였던 벤츠(70.4점)도 7위로 떨어졌다. 보험사 손해율, 수리 기간 등 정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한 데 비해 정성평가에서 12위로 처진 영향이 컸다. 벤츠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 순위 차이가 가장 큰 브랜드다. 아우디(68.2점) 역시 12위에서 13위로 한 계단 더 밀려났다. BMW(69.5점)는 13위에서 9위로, 폭스바겐(68.8점)은 15위에서 10위로 뛰어올랐지만 상위권에 진입하는 데는 실패했다. 독일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이 급증하며 AS 측면에서 더 깐깐해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위가 가장 크게 뛴 브랜드는 폭스바겐과 더불어 재규어(72.2점)로 조사됐다. 직전 평가 11위에서 6위로 다섯 계단 상승했다. 정성평가에서 4위를 차지한 덕분이다. 지프(68.7점)와 포드(68.3점) 등 미국 브랜드는 각각 11위, 12위에 머물렀다. 지난 조사보다 각각 한 계단, 네 계단 미끄러졌다. 포드는 보험사 손해율(159%)이 가장 높았다. 보험료 대비 수리비와 부품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유명한 브랜드라고 무조건 선호하기보다 AS까지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KICSI
Korea economic daily Imported Car Service Index. 한국경제신문이 2015년 국민대 자동차서비스연구소, 엠브레인, 한국소비자원, 보험개발원과 함께 개발한 수입차 서비스 평가지수. 매년 상·하반기 소비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성지표와 보험료 대비 공임·부품값, 수리 기간, 민원 건수, 서비스 인프라 등 정량지표를 50 대 50으로 반영해 점수화한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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