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銀,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 완판
CS 사태 땐 '휴지 조각' 전락
안전자산 매력 재부각에 인기
올해 초 스위스의 금융회사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과정에서 '코코본드'로 불리는 신종자본증권(AT1) 23조원 어치가 전액 상각 처리된 것이 글로벌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채권 수준의 안전자산으로 알려졌던 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서 휴지조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이유로 위축됐던 신종자본증권 투자 수요가 최근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량이 전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이달 들어 금융지주사들이 진행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연이어 '완판'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은행의 위기에서도 굳건했던 국내 금융지주들이 발행한 은행채의 안정성에 끌렸고, 여기에 자본 확충이 필요한 금융지주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금융지주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총 3조원 규모로, 최근 발행이 예정된 하나금융지주를 더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 (3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열린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훌쩍 뛰어넘는 유효수요를 모았다. 하나금융이 지난 28일 실시한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총 676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공모액인 2700억원보다 2.5배 많은 수준이다.
희망 금리 밴드는 연 4.7~5.4%이며, 최종 발행 금리는 연 5.25%로 확정됐다. 이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은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하나금융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안정적)로 매겨졌다. 발행일은 다음달 7일이다.
하나금융은 CS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2월에 4.45%의 금리로 영구채 4000억원을 발행했다. 당시 수요예측에서 2700억원 모집에 8580억원이 몰리며 하나금융은 영구채를 증액 발행한 바 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13일 5.4% 금리에 5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에 앞서 6일 진행된 335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총 5780억원의 주문을 받으면서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는 혼성(하이브리드) 증권으로, 일정한 자본적 안정성 요건을 충족해 은행 감독당국이 은행의 기본자본으로 인정한다.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어 통상 영구채 성격을 갖고 있다. 원칙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낮고 원금 보장이 되지 않지만, 국내 최상위등급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CS 사태 이후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발행 금융지주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원금상환이 미뤄질 수 있고 금융지주회사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 권고 등 감독기관으로부터 조치를 받는 경우 이자지급이 정지되고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금융지주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확대해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자본 확충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올 1분기 기준 BIS 비율이 0.10%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KDB생명 매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이 인수·합병(M&A)에 대비해 수천억원대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KDB생명 M&A를 위해 최소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신종자본증권의 발행목적은 2013년 12월부터 국내에 적용된 바젤III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의 향상과 자본적정성 제고에 있다"며 "해당 자금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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