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2차전지株] 이차전지 급등에 예탁금 한달새 6조 ↑… 증시 변동성 주의보
고평가 논란, PER 300배 종목도
증권사 리포트 안내고 언급 꺼려
투자 예탁금은 58조로 껑충 뛰어
연초 이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이차전지 종목들이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수십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시총)이 증발했다가 불어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은 '주가 조작'을 의심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이들 종목의 주가 향방은 당분간 안갯속을 떠돌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주가는 연초 이후 각각 336.30%, 903.64%씩 급등한 상태다. '제 2의 에코프로'로 주목받고 있는 POSCO홀딩스(127.57%)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166.32%), 포스코인터내셔널(270.37%), 포스코엠텍(343.58%) 등도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차전지주가 과열 양상을 보인데 힘입어 증시 대기자금 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7일 기준 58조1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1일(58조73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말(51조8000억원) 대비로는 한 달 새 6조원 이상 늘어났다.
◇'코인 뺨치는' 변동성…관련 그룹 시총도 롤러코스터
최근 일주일간 에코프로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주가가 요동치며 시총 수십조원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26일엔 주가가 신고점을 달성했다가 일제히 곤두박질치며 시총 60조원 규모가 약 1시간 만에 날아가기도 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약 72조원 수준(종가 기준)이던 에코프로그룹의 시총은 25일엔 9조원이 불어나며 81조원을 기록했으나 26과 27일 이틀 연속 주가가 급락하며 64조원으로 줄었다. 28일엔 에코프로가 '황제주' 자리를 되찾는 등 반등에 성공한 영향으로 70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21일 처음으로 그룹 시총 100조원을 넘어선 포스코그룹은 24일 115조원, 25일 122조원으로 늘어났다가 이틀 뒤인 27일엔 105조원으로 감소했다. 역시 28일엔 반등에 성공해 112조원으로 불어났다. 두 그룹의 시총 합산액은 25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34조원이 증발했다가 28일 하루 만에 13조원을 되찾은 셈이다. 유독 주가가 요동을 쳤던 26일 하루만 놓고 보면 변동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에코프로·포스코그룹 주가는 낮 12시 40분∼오후 1시 10분께 고점을 찍었는데 당시의 그룹 시총은 포스코그룹의 경우 144조8000억원, 에코프로그룹은 99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때 포스코그룹은 삼성, LG, SK에 이어 그룹사 시총 4위인 현대차그룹(130조원대)의 시총을 잠시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곧바로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급전직하하기 시작하며 오후 2시께 저점에 도달했다. 이 시각 기준 에코프로그룹주와 포스코그룹주 시가총액은 각각 73조, 110조원으로 감소했다. 두 그룹의 시총 합산액 60조원이 순식간에 날아간 것이다.
이처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시장인지 코인시장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에 대한 공매도 역시 쏟아졌다. 이달 26∼27일 POSCO홀딩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5686억원으로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3461억원을 기록한 포스코퓨처엠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4955억원으로 1위, 에코프로가 1951억원으로 2위였다. 특히 26일 포스코퓨처엠(2360억원)과 에코프로비엠(4133억원) 각각 역대 최대 공매도 거래대금을 기록하기도 했다.
◇ '고평가' 논란 심화
증권업계는이차전지 종목들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에코프로에 대해 '매수 철회' 의견 리포트를 내고 투자자들의 격렬한 항의에 곤욕을 치른 뒤 발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차전지에 대해 괜히 말을 얹었다가 곤란한 일이 생길까 봐 요청이 와도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POSCO홀딩스 시총 규모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52조3496억원이다. 이어 LG화학 45조8850억원, 삼성SDI 45조5909억원, 현대차 41조6294억원 등 순이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POSCO홀딩스가 24.54배로 현대차(5.99배)의 네 배가 넘는다.
시총 9위의 포스코퓨처엠은 PER 326.0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89배다.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53.74배)와 카카오(176.92배)보다 PER가 훨씬 높다.
PBR 지표도 네이버 1.48배와 카카오 2.11배를 크게 웃돈다.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코스닥시장 시총 1위와 2위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PER 지표는 각각 142.43배와 77.35배 수준이다.
지난 26일 에코프로 형제와 포스코그룹주 등 이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들이 장중 일제히 급락하자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의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당국에 이를 조사해달라는 집단 민원을 넣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의 지지자들로, 박 작가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 관한 책을 출간하고 각종 유튜브 방송에서 이차전지 관련주 8개 종목 매수를 추천하며 올 초부터 투자 붐을 주도한 인물이다.
사업목적에 '이차전지'만 들어가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은 본래 가정용 전기 그릴을 만드는 회사였으나 이차전지 사업 관련 공시를 내기 시작하며 지난 3월 한 달간 주가가 8∼9배 폭등했다. 이후 거품이 꺼져가는 듯했으나 미국 이차전지 합작 벤처 지분을 취득했다는 공시에 지난 28일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테라사이언스는 지난 4월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판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 공시 내자마자 곧바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안갯속' 이차전지 주가 향방 "예측 불가 상태"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도 안 좋고 기초여건(펀더멘탈)도 어려운 시기에 뚜렷한 재료가 형성돼있는 게 이차전지밖에 없어서 거기로 수급이 쏠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이다 보니 각종 진기록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과거 국내 증시의 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거래대금에서 수급 쏠림 현상을 겪는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전후 수준에서 최고점을 형성한 경우가 많았으나, 이차전지는 4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차전지 업종의 거래대금은 이미 지난 1월과 4월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의 30% 수준을 기록했고, 이달 26일에는 47.6%까지 오르며 유례가 없을 만큼 급격한 쏠림을 나타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차전지는 주가 부담이 크고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아 독주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상당한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만 올라가는 기형적인 시장 장세보다 실적 호전이나 경기 저점 통과 쪽에 초점을 맞춘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분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길게 보면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해소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완화될 것"이라면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수급 중심의 장세는 점차 실적 중심의 장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민석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공매도 청산보다 신규 진입이 많은 상황"이라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자신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두려움) 현상으로 인한 수급 유입과 높은 주가 부담으로 인한 공매도 자금 간 세력 다툼이 지속되며 증시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보증권은 8월 주식시장이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한 공매도 투자자 간의 세력 다툼으로 변동성이 여전히 클 것으로 내다보며 한차례 쉬어갈 것을 추천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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