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칼럼] 박원순의 `보 철거` 시행착오를 까먹은 민주당
12년전인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는 한강보 철거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사업과 전임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등쌀에 떠밀려서다. 환경단체는 한강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수중보를 없애자고 떠들었다. 박 시장도 "한강을 호수로 만드는 보를 없애면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보(洑)는 물길을 막아 수위를 유지해준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 서울시는 잠실대교와 김포대교 아래에 각각 6.2m, 2.4m 높이의 잠실보와 신곡보를 쌓았다. 잠실보로 서울시민의 상수원을 확보했다. 신곡보는 짠 바닷물이 한강 유역 농지에 역류하는 걸 막았다. 농업용수도 늘렸다.
이 보를 허물면 한강 수위가 낮아진다. 갈수기인 겨울과 봄엔 여의도 앞 한강에선 유람선이 떠다닐 수도 없다.강 바닥이 흉물처럼 드러나게 된다.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철엔 한강 물을 담는 물그릇이 작아져 한강과 지천인 안양천 중랑천 등에서 홍수 피해가 날 수도 있다. 1980년대까지 물난리를 겪었던 송파구 풍납동, 마포구 망원동,구로구 개봉동 등의 피해를 떠올려보면 된다.
이런 이유로 박원순 시장은 취임후 한강보 철거에 관한 용역을 맡겼다가 결과를 공식발표하지 않았다. 은근슬쩍 넘어갔다. 굳이 용역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한강 보를 철거했다간 서울시장 자리가 온전할 리가 없었기 때문.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보 해체로 얻는 편익보다 잃는 손실이 컸다.
이런 교훈을 야당은 잊은 듯 하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이 편파적인 환경단체의 개입과 객관성을 무시한 졸속이라고 발표하자 민주당 국회의원은 반발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몰이용 짜고치기식 감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 환노위 소속 이수진(비례), 진성준(서울강서을), 윤건영(서울구로을) 의원. 이들의 지역구가 호남의 영산강이나 영남의 낙동강 유역이었다면 어땠을까. 지역주민이 "고향에서 물난리와 가뭄 피해를 겪으라는 말이냐"며 내년 총선 때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키운 낙동강, 금강 유역에선 올해도 큰 수해를 입지 않았다. 충북 오송의 참변도 관재(官災)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근본적인 원인은 금강 지천인 미호강을 준설하지 못한데 있다.
박원순 시장처럼 겉으로는 환경단체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속으로는 치수(治水) 사업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최근 의결한 하천법 개정안에서도 볼 수 있다. 지방하천을 지자체 대신에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개정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재석 의원 250명 중 249명. 단 1표만 기권. 당연히 민주당 의원들도 찬성 버튼을 눌렀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9월부터 1년4개월간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당시 국무총리실이 설치한 민간위원회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4대강 사업에 대한 중립적인 인사로 꾸려졌다. 토목구조·지반·수자원·수환경·농업·문화관광·갈등·언론 분야의 민간 전문가 13명이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판단했다. 별도의 민간 전문가 79명은 자료 분석과 288차례에 걸친 현장 평가 자료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이 끼리끼리 모여 두 달간 졸속으로 객관적인 데이터까지 조작한 것과 딴판이었다.
2014년말 평가위는 "4대강 사업이 일부 부작용은 있지만, 홍수 위험도를 크게 줄이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가둬둔 물을 가뭄 때 활용하려면 파이프 구축 등 이수(利水)대책과 지천,지류에 대한 준설도 뒤따라야 한다고 권고했다.
강의 범람을 막는 치수(治水)와 물을 활용하는 이수(利水) 능력은 인류문명의 노하우다.
이런 지혜를 무시하고 얼치기 환경주의자의 이념에 놀아나면 올해와 같은 물난리를 되풀이해서 겪는다. 언제까지 소중한 목숨과 문전옥답을 물에 잃을 것인가.
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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