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은 삐끗, 소통은 삐걱···민심 떠나는데 특권에 미련
<상> 방탄 vs 민심, 선택의 시간
"총선서 110석 안팎까지 밀려날수도"
李, 불체포특권 선언 뒤집는 행보
비명계 반발 거세···"낙인찍기 우려"
체포동의안 부결 땐 도덕성 훼손 우려
당 쇄신 역할못한 혁신위도 도마에 상>
“이러다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어요. 110석 안팎까지 의석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겨도 종잇장 차이로 가까스로 이긴다면 의석수 상실이 여당보다 더 커 사실상 패배로 봐야 합니다.”(더불어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관측이 나오며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선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방탄 국회 오명을 벗는 듯했지만 돌연 체포동의안에 대한 ‘기명투표’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의원 특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기명투표가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어질 경우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는 가운데 이미 야당에 대한 민심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8월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근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당초 ‘사실무근’이라던 입장을 번복해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속영장 청구 시점에 대해서는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6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회기인 다음 달 15일 안으로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효력을 잃어 국회 표결 없이 이 대표가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비회기였던 5월 31일과 7월 첫째 주에도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더 부각하기 위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이 8월에 영장 청구를 한다는 것은 강압과 조작에 의한 거짓 진술에 따라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내용을 철저히 파악해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도 “북한과 연계된 사건은 비공개하에 진술에 맞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기초”라며 “지금 검찰의 수사 행태에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을 향한 지도부의 날 선 비판에도 비명계 의원들은 당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단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투표를 해야 하는데 또다시 부결되면 당의 도덕적 신뢰성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체포동의안 표결을 무기명투표에서 기명투표로 바꾸자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제안이 이 같은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 역시 혁신위 제안에 공감한다며 “기명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기명투표가 ‘비명계 찍어내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본인이 먼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놓고 기명투표를 하자는 것은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며 “지금도 강성 지지층이 일부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낙인 찍는 상황인데 기명투표를 하게 되면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공천 탈락 운동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당의 쇄신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권 폐지에 앞장서야 할 혁신위가 도리어 기명투표의 깃발을 올리며 이 대표에 대한 방탄을 정당화할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애초에 혁신과 상관없는 기명투표를 방안으로 제시한 것부터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중진 친명계 의원도 “혁신위가 발표하는 내용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된 것들을 주워 담는 수준이지 진짜 새로운 미래나 어젠다를 내놓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당의 쇄신을 위해 필수 요건으로 제시됐던 친명과 비명 간 통합도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계파 갈등 해소의 변곡점이 될지 관심을 모았던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두 차례 연기 후 이달 28일 성사된 만찬에서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 반해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 체제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 전 대표는 당 혁신을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전주 대비 1%포인트 내려가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되기 전 본경선이 개시된 지난해 8월 1주 차 당시 39%였던 당 지지율이 1년여 만에 10%포인트나 빠져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의 표본은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1%포인트였다. 응답률은 14.1%였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박예나 기자 yena@sedaily.com유정균 기자 eve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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