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실질적 성과 필요···반도체법 등 3국협력 '균열 불씨' 꺼야"

구경우 기자 2023. 7.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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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전문가 제언
3차례 회담으로 '협력 의지' 보여
이번 만남선 상징적 의미 넘어야
캠프데이비드서 열려 시간 구속 無
3개국 '허심탄회' 대화 가능할 듯
"안보회의 정례화 등 첫발 내딛고
美 우선주의법 갈등 등 해소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다음 달 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포함한 한미일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정상이 다자외교 무대가 아닌 곳에서 여는 회의는 처음인 데다 미국이 역사적 순간에 대화 장소로 이용한 캠프 데이비드에서 세 정상이 모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세 정상은 이미 세 차례나 회담을 해 3각협력의 상징적인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 상태다. 따라서 이번 네 번째 만남에서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안보 성과를 내고 상호 협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구체적인 현안의 불씨들을 확실하게 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29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캠프 데이비드에서 다음 달 18일 한미일정상회담을 연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미일정상회담 개최는 올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를 초청하며 가시화됐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와 정치권이 이번 회의를 주목하는 것은 장소가 캠프 데이비드이기 때문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이자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합의를 도출한 장소다. 이곳에서 1959년 미소정상회담이 개최됐으며 1978년 미국의 중재로 이집트·이스라엘이 중재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 캠프 데이비드가 외교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정해진 시간 없이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한 데 있다.

지난 G7 회의 때까지 ‘한미일정상회담’으로 통용되던 명칭을 ‘한미일정상회의’로 변경한 점도 주목을 받는 이유다. 통상 외교적으로 회담은 두 나라 정상이 대화를 하는 무대다. 한미일 정상 간 만남은 그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G7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짧게 이뤄졌기 때문에 회담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 나라 이상의 정상이 공식적으로 현안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로 통칭했다. 신각수 전 주한 일본대사는 “주한미군이 (북한·중국·러시아를 향해) 전방 전개하고 있는 곳은 한일뿐”이라며 “한미와 한일 안보협력 체제가 시너지 효과를 위해 살을 붙이고 정례화하는 첫 번째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세 정상이 논의할 최우선 의제는 밀착하는 북중러, 팽창하는 권위주의 진영의 견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열병식에 참석하며 권위주의 연대를 과시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불법적으로 침공한 러시아와 탄약·미사일 등의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한미일은 이번 정상회의로 북중러 팽창의 최전선에서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중러가 연대하는 상황에서 한미·미일이 개별적으로 팽창을 막기는 어렵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쿼드(Quad)와 함께 한미일이 북중러 전방에 프런트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첫 한미일정상회의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세 정상은 그간 공개된 것보다 진전된 안보협력 체제와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일 미사일 정보 시스템이 얼마만큼 구체화됐고 추가적으로 협의할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레토릭(수사)에 그쳤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일 협조 체제를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격의 없이 진행되는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우리 국익과 관련해 분명한 요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한국·일본 등의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되면 3국 간 안보·경제 협력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미국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가 반영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 기업 등이 불이익을 받는 부분이 없도록 관련 규제를 정교하게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보다는 경쟁적 공존(디리스킹)을 하려 한다”며 “중국 투자를 할 때 안보와 관련해 심사를 강화할 텐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이 정상회의 전인 광복절을 전후해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광복절에 일본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오면 한미일이 회의에서 성과를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메인주(州)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그들(한국과 일본)은 2차 대전으로부터 화해(rapprochement)를 했다. 근본적인 변화(fundamental change)”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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