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내재화 위해 평가 지표부터 바꿨죠”[ESG 리뷰]
롯데그룹은 2021년 7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선포하고 모든 상장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2040년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수립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ESG를 포함하면서 ESG 경영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속 가능성을 주요 신성장 테마로 삼고 2차전지 소재, 바이오 플라스틱, 저탄소 기술, 청정 에너지 부문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2차전지 소재인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지속 가능성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2021년 그룹 차원의 ESG 경영 선포와 함께 출범한 롯데지주 ESG팀은 그룹의 지속 가능성 가치를 장기적 관점에서 제고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식품·유통·화학·건설 등 광범위한 산업 전반에 계열사가 포진해 있어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롯데지주 ESG팀 조성욱 상무를 만나 롯데그룹의 ESG 전략에 대해 들었다.
- 2021년 ESG 경영 선언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롯데그룹은 2021년 7월 ESG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기존에 자체적으로 해 온 활동을 외부 평가 기준에 맞게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선언 당시 ESG를 기회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보는 2가지 시각이 있었지만 경영진의 요구 사항은 간단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는 거죠. 그래서 차분히 ESG를 내재화하는 추진 체계부터 만들었습니다. 모든 그룹 상장사 내 ESG위원회를 설치했고 실무 조직을 만들어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 ESG 성과 지표를 임원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같은 해 CEO 평가를 위한 ESG 핵심 성과 지표(KPI)를 만들었습니다. 2022년 실제로 평가를 시작했죠. 지난해 9월 탄소 중립 로드맵을 마련했고 올해 KPI에 이를 반영할 예정입니다. 롯데그룹의 ESG를 오랜 기간 끌고 가기 위해 추진 체계부터 구성한 부분이 다른 그룹과 차별화됩니다. KPI 수립이 그러한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KPI 수립에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평가를 참고했어요. MSCI ESG 평가는 비교 가능한 정보 구조여서 중·장기 과제 도출에도 도움이 됩니다. ”
- ESG 성과 지표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MSCI를 기준으로 했지만 이를 모든 계열사에 동일하게 반영할 수는 없었습니다. 계열사마다 사업 구조가 다르고 ESG 경영 추진의 편차도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ESG KPI 절대치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목표 대비 개선도를 보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기존 MSCI 기반으로 마련한 ESG KPI의 가중치를 50%로 낮췄죠. 그리고 탄소 중립 로드맵과 관련한 내용을 20%, 공시 10%, 정보 보호 10%, 각 사에서 원하는 내용 10%를 넣어 KPI를 개선했어요. 이렇게 마련한 ESG KPI는 상장사와 상장사 아닌 곳에 차등 적용합니다. 상장사이거나 상장을 앞뒀다면 CEO 평가에서 30%를, ESG 익스포저가 크거나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계열사는 10%를 반영합니다. KPI에 ESG를 반영한 이후 절반이 넘는 기업이 MSCI 평가 등급이 상향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 일부 글로벌 기업은 직원 평가에도 ESG KPI를 반영합니다. 이에 대한 고민도 있나요.
“현재 ESG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SG팀을 구성한 첫해, 회사별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ESG를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 부분에 주력했습니다. 전체 임직원을 위한 온라인 강의도 진행하고 ESG 관련 부서 팀장과 실무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를 토대로 행동 강령, 인권 선언, 협력사나 공급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단계입니다. 국제적 기준이 수립되면 ESG 성과지표를 정교화하고 다음 단계로 직원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현재 롯데지주 ESG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주요 그룹을 보면 ESG 경영의 방향을 제시하며 이끌거나 아니면 추진 인프라를 쌓아 나가는 두 경우로 나뉘는 듯합니다. 우리는 추진 체계, 인프라 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롯데지주 ESG팀의 역할은 이종 산업군을 지닌 그룹 계열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ESG 경영을 추진하도록 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화학군의 매출 비율이 높은데 화학군이 미래 먹거리로 준비하는 배터리·수소·2차전지는 ESG와 관련한 일차적 규제 대상이 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에는 화학군과 협력해 그런 규제 영역에서 우수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그룹사에 전파하도록 준비할 예정입니다.”
-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데이터 관리가 필요한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하반기에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필요한 정보를 정의하고 관리하는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그룹사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혼란스럽지만 글로벌 기준이 확정되면 기존에 환경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운영해 온 레츠(LETS) 시스템을 확대 개편해 플랫폼화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 신고하거나 외부에 공개하는 데이터, 거래처에 제공하는 모든 데이터가 통합돼야 합니다.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섬세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 물류·유통 계열사가 많아 스코프 3에 대한 고민도 클 것 같습니다.
“유통 부문에서 기타 온실가스 간접 배출(스코프 3)과 관련해 시장에 나와 있는 솔루션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장비를 부착해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전환 기술을 토대로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측정한 온실가스를 제출할 때 제삼자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고 국가에서 인정하는 검증 기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시점에서 스코프 3 측정을 위해 투자했다가 이를 인정받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현시점에 물류·유통 부문에서 스코프 3 데이터 측정은 어려워 보입니다. 국제적 기준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 ESG 공시 표준이 확정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까.
“2010~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될 당시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기준서를 발표하면 2012년만큼 혼란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ESG 평가 기관이 자체 기준에 따라 평가했다면 ISSB 도입 이후에는 모든 게 규격화·구조화되고 항목별로 공시할 때도 그 공시 항목을 추적해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ESG에 대한 일부 회의적 목소리도 나옵니다. ESG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기업은 수익이 아니라 가치입니다. ESG도 어떻게 보면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를 측정 가능한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도 기후 변화로 인한 전환 비용 등을 모두 환산해 기재하도록 권고합니다. 결국 공동체와 사회에서 기업이 어떤 가치를 지니느냐가 수치화돼 평가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담 장승규 편집장
정리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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