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곡물가 급등에···제분업체 대출이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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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자 정부가 국내 제분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 업체들이 지난달 기준 밀 도입 과정에서 감당한 금리는 4.58% 수준"이라며 "대출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면 3%를 초과한 1.58%의 대출이자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출이자를 지원해서라도 국내 밀가루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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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격 오르면 밥상물가 들썩"
빵·과자까지 도미노 인상 위험
가격내린 라면·제빵업체도 부담
인플레 억제 노력 물거품 가능성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자 정부가 국내 제분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밀 수입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받는 기업에 한해 금리 3%를 초과하는 이자비용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이 같은 내용의 ‘밀 도입 이자차액 보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 업체들이 지난달 기준 밀 도입 과정에서 감당한 금리는 4.58% 수준”이라며 “대출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면 3%를 초과한 1.58%의 대출이자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분 업체는 밀 수입 과정에서 3%의 이자비용만 감당하면 되는 셈이다.
현재 국내 제분 업계는 매년 약 1조 5000억 원을 들여 밀을 수입하고 있다. 보통 이 중 절반 정도의 금액을 대출로 조달하는데 정부에서 약 1~2%의 대출이자를 보전해줄 경우 필요 예산은 1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 관련 예산을 포함하고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제분 업계에 대한 대출이자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폭염과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라는 돌발 악재까지 생겼다. 러시아는 17일 네 번째 기한 연장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했다. 이후 러시아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시설도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6위의 밀 공급 국가다.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이달 12일 톤당 228달러 수준이던 국제 밀 가격은 25일 279.3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협정 파기로 세계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0.8%에 불과하다.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국제 밀 가격이 요동치면 국내 밀 가격도 덩달아 휘청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면·빵·과자 등 각종 가공 제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밀 가격이 인상되면 밥상 물가도 들썩일 수 있다는 점이다. 6월(2.7%)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집중호우 피해로 국내 농산물 생산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밀가루 가격마저 오르면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대출이자를 지원해서라도 국내 밀가루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는 이유다.
국내 제분 업계가 정부의 밀가루 가격 안정 사업에 동참한 것도 또 다른 배경이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한국제분협회를 비롯해 대한제분 등 7개 업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밀 수입 가격 하락분을 밀가루 가격에 적극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곰표밀가루 등을 생산하는 대한제분이 이달부터 주요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6.4% 인하했다. CJ제일제당도 농심 등과의 거래에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밀가루 가격을 내렸다.
밀가루 가격 인하는 라면·제과·제빵 업체의 가격 인하로 이어졌다. 지난달 농심을 시작으로 오뚜기·삼양라면·팔도를 비롯한 라면 업체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고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해태제과·SPC 등 제과·제빵 업체도 잇따라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제분 업계 관계자는 “밀 도입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제분 업체뿐 아니라 가격을 내린 라면·제과·제빵 업체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던 정부 역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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