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마저 매각 더뎌···택지 전매제한 풀어 건설사 부담 낮춘다

노해철 기자 2023. 7. 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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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매각 택지 급증에 규제완화 착수
시행령 바꿔 파산 아니어도 매입가 이하 전매 가능
1.6만가구 미매각 속 올 3.2만가구 용지 공급 앞둬
LH, 연말까지 사용승낙서 발급 기준 완화 '지원 사격'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공동주택 용지의 전매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부동산 침체기에 택지 공급이 과도하게 줄어들면 향후 부동산 회복기에 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의 유망 택지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공공택지가 미매각 상태인 데다 용지를 공급받은 건설사들도 대금을 연체하고 있어 공급 일정이 밀리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공동주택 용지 연체금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서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정부와 건설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0년 7월부터 유지해온 LH 공동주택 용지 전매 제한 규정을 완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 규정은 건설 사업자가 부실 징후 기업이거나 부도 또는 파산 상태여야 전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가 분양가 이하로 다른 사업자에게 용지를 넘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과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건설 업계와 함께 공동주택 용지의 미매각 및 연체 규모가 심각하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며 “현재 예외적인 경우에만 전매를 허용하는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은 정부 결정 사항인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위기 시절에 도입됐던 토지리턴제에 대해 국토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토지리턴제는 업체가 원할 경우 토지 계약금을 포함한 원금 전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국토부가 택지 전매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택지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데다 기존에 분양했던 토지의 대금 연체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이 서울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호조를 띠면서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이에 더해 택지를 분양받으려면 브리지론이 필요한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이에 건설사들은 택지 매입에 극히 소극적이다. 추첨 방식으로 공급한 공동주택 용지의 평균 경쟁률을 보면 2021년 224대1에서 2022년 58대1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이보다 더 낮은 12대1로 한 자릿수 경쟁률에 가까워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LH의 전국 미매각 공동주택 용지는 총 32개 필지(면적 111만 9644㎡)에 달한다. 주택 공급 규모로 보면 ‘미니 신도시급’인 1만 6436가구다. 석문국가산단과 정읍첨단·사천선인 등 지방뿐 아니라 파주운정·화성동탄·인천영종도 건설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부천대장과 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사의 대금 연체로 사업 일정이 중단된 용지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6월 말까지 대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LH 공동주택 용지는 46개 필지(149만 5395㎡)로 연체 금액은 1조 1336억 원으로 나타났다. 연체 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9536억 원에서 2020년 653억 원으로 줄었으나 2021년(1310억 원)과 지난해(8302억 원)에 이어 올해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가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받더라도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LH로부터 ‘사용승낙서’를 발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주택 건설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LH의 사용승낙서가 필요하다.

LH는 올해 추가적인 공동주택 용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에서는 건설사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공급되는 LH의 공동주택 용지는 55개 필지(196만 ㎡)로 총 3만 2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LH도 자체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LH는 올해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승낙서 발급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 기존에는 건설 사업자가 사용승낙서를 발급받으려면 용지 대금의 20%를 납부해야 했는데 올해 말까지는 1차 중도금의 20%만 내도 발급받을 수 있다. 또 현재는 사용승낙서 발급 이후 지자체의 건축 허가를 받은 경우 해당 사업자는 2개월 내 나머지 대금을 완납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완납 기한을 6개월(대금 1000억 원 미만) 또는 12개월(1000억 원 이상)로 연장한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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