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약가제도 개혁, 보건안보와 혁신신약의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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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정작 약국에서는 해열제를 찾기가 어려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권고되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가 동이 난 탓이었다.
정부가 제약사의 생산을 독려하고 보험 약가를 90원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보험 약가는 보건 안보를 위한 필수 의약품 적정 보상과 함께 신약 개발 노력을 자극하는 혁신에 대한 보상, 이 두 가지에 방점을 두고 개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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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정작 약국에서는 해열제를 찾기가 어려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권고되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가 동이 난 탓이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합적 요인이 맞물렸다. 20년 전 650㎎ 한 정당 81원이던 보험 약가는 51원으로 떨어졌고 국경 봉쇄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원료 값이 폭등해 제약사가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 생산의 35%를 점유하던 얀센이 2021년 국내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정부가 제약사의 생산을 독려하고 보험 약가를 90원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흔하고 싼 약일지라도 부족할 경우 국민 보건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였다.
이렇듯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은 보건 안보의 중요성을 자각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마스크·방역복 등 방역 물품과 해열제·수액제와 같은 저고도 의약품은 물론 백신 등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공급 체계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세상의 모든 물가가 다 올랐지만 유독 약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대책을 수립할 때마다 보험 약가 인하가 거듭된 결과다. 약가 인하가 생산을 중단할 지경까지 이뤄진다면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 제네릭에 대해 적지 않은 약가를 지원해왔다. 제네릭 약가를 박하지 않게 쳐줄 테니 신약 개발 체력을 키우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약가 정책과 연구개발(R&D) 투자 노력에 힘입어 그간 30여 개의 신약이 탄생했고 수년 내에 2개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기대할 정도로 우리의 제약 산업도 성장했다.
보험 약가는 보건 안보를 위한 필수 의약품 적정 보상과 함께 신약 개발 노력을 자극하는 혁신에 대한 보상, 이 두 가지에 방점을 두고 개편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노력은 등한시한 채 리베이트에만 치중하는 제약사는 수탁자 책임 위반이다. 이런 ‘좀비 기업’과 이를 부추기는 의료인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것이다.
세계적인 유통 기업 코스트코는 독특한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 모든 품목을 구비하기보다 종류별로 우수한 한두 개 제품을 제조사와 협상해 저렴한 단가로 공급하는 것이다. 제조사도 대량 판매가 담보되는 만큼 단가 인하가 가능해진다.
코스트코 회원들이 양질의 저렴한 제품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우리 건강보험 가입자들도 양질의 저렴한 의약품과 의료 기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건강보험에 납품하는 기업들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단순 복제하기보다는 혁신을 위해 노력하도록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 생태계가 건강해지면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은 덤으로 돌아올 것이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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