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터미널의 연인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7.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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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초라한 남녀는 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

여자가 남자 팔에 기대 노래하는데

비에 젖은 세간의 노래여

모든 악기는 자신의 불우를 다해

노래하는 것

(중략)

결국 악기여

모든 노래하는 것들은 불우하고

또 좀 불우해서

불우의 지복을 누릴 터

끝내 희망은 먼 새처럼 꾸벅이며

어디 먼데를 저 먼저 가고 있구나

- 허수경 作 '불우한 악기' 중

연인들은 하나의 풍경이다. 연인들의 풍경에는 그들의 기쁨과 상처들이 보인다.

터미널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 연인들은 무슨 사연을 지니고 있을까. 그들에게 현실은 기운찬 희망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연인들은 자신들의 불우를 노래로 승화한다. 함께 있으므로 불우도 아름답다. 어디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함께 있어 오늘 하루 살 만하다. 비를 맞으면 좀 어떠리….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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