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빠져 선거법 개정 내팽개친 무책임한 국회 [사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선거법 조항 개정이 결국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됐다. 여야가 정쟁에만 골몰하다 위헌 조항의 보완 입법을 1년씩이나 내팽개친 것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을 고치라고 한 조항은 선거운동 기간 동창회와 향우회 등 5가지를 제외한 집회와 모임의 제한이다.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모임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또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 등을 제외한 사람의 어깨띠 등 표시물을 사용한 선거운동 금지'와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 금지' 조항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을 27일 심의했지만 결국 의결을 보류했다. 개정안은 일반 유권자도 어깨띠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금지 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여야는 30일까지도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1일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면서 입법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10월로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현수막과 각종 선거 소품이 난립하고 선거운동이 조기에 과열될 수도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부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의 경우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국민의힘은 30명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동창회 등 5가지 모임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정개특위가 통과시킨 개정안에 대해 법사위가 제동을 거는 것은 월권이라며 반발한다. 지난 1년간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여야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총선 셈법에 골몰하느라 제대로 된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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