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눈덩이 손실' 석탄저장소 덮개사업 제동
기획재정부 유권해석 내놔
원료값 상승 떠안은 시공사
3600억 손실 위험 호소 수용
화력발전소 석탄 야적장에 덮개를 씌우는 '저탄장 옥내화' 사업이 원자재 가격 급등 직격탄을 맞고 표류하는 가운데 정부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 공사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가 발전회사와 공사 계약을 바꿀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공사를 하면 할수록 수천억 원대 손실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건설회사들은 일단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6월 24일자 A1·8면 보도
30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기업 계약 정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저탄장 옥내화 사업을 맡은 시공업체들이 발전공기업과 맺은 계약에 대해 변경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저탄장 옥내화 시설 문제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환경부는 석탄가루가 바람에 날리며 미치는 주변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해 화력발전소 석탄 야적장에 의무적으로 덮개를 덮도록 했다. 이에 발전공기업 5곳(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과 시공업체 4곳(현대삼호중공업·포스코이앤씨·HJ중공업·세아STX엔테크)은 각각 계약을 맺고 의무화 조치 이듬해인 2020년부터 사업에 착수했다. 이때 체결한 계약 방식은 일반적인 건축물을 지을 때 적용하는 공사 방식이 아닌 사무용품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설치조건부 구매'였다.
문제는 공사 진행 도중에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철강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일반 공사 계약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대금에 상당 부분 반영할 수 있어 손실을 흡수할 수 있지만, 설치조건부 구매 계약에서는 상승분을 극히 일부만 반영해 고스란히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저탄장 옥내화 사업 완공 시 시공업체 4곳의 누적 손실 추정액은 3658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공업체들은 정부에 공사 계약으로 변경해달라고 줄곧 요청해왔다. 그때마다 발전공기업들이 국가계약법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다 보니 기재부의 유권해석 없이는 계약 방식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번에 기재부가 공사 계약 변경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사실상 시공업체들 손을 들어준 셈이다. 건설사들은 손실을 일부 덜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A시공업체 관계자는 "공사 계약으로 변경하면 기존보다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여지가 늘게 된다"고 전했다. B시공업체 관계자도 "계약 변경 시 이전보다 손실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발전공기업들도 기재부의 유권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추후 발전공기업과 시공업체가 추가 협의를 거쳐 계약 방식 변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 변경은 당사자끼리 결정하도록 했다. 또 공사 계약으로 변경한다 해도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시공업체들은 계약 방식 변경 여부와 별개로 잔여 공사 일부를 중단해달라는 요구도 발전공기업 측에 전하고 있다. 저탄장 옥내화 시설은 완공돼도 화력발전소 가동 일정에 맞춰 5~6년 쓰고 나면 철거될 예정이다. 시공업체들은 옥내화 시설 운영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잔여 공사를 진행하는 대신 비용이 적게 드는 살수장치나 분진 흡입장치, 방풍벽 등을 설치해 미세먼지를 감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향후 관건은 잔여 공사 진행 권한을 가진 환경부의 결정이다. 현재 환경부는 저탄장 옥내화 사업 중단이 가능한지를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저탄장 옥내화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전기요금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비용 대비 주민 편익 등을 고려해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며 "방풍벽 등 조치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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