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5개 단지서 철근 누락…원희룡 "모든 책임 이권 카르텔에"(종합)
입주마친 단지 5곳…원희룡 "책임자 징계·수사고발 조치"
시흥은계지구 상수도관 이물질…35종 중 4종 피복소재
이한준 "LH공사 사장으로서 송구…한치 의혹없이 조사"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 15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흥은계 지구 수돗물 이물질 및 LH 무량판 구조 단지 전수조사 결과 관련 긴급안전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LH는 검단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LH 발주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5개 단지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로,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 5개 단지는 시공 미흡으로 이러한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종류별로 나눠보면 각각 수도권에서는 분양주택 4곳, 임대주택 4곳에서 이러한 부실이 발견됐고, 지방에서는 분양주택 1곳, 임대주택 6곳에서 전단보강근 부실이 발견됐다.
이들 중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5개 단지로, LH는 이중 1개 단지에 대해서는 현재 보완 공사를 진행 중이고, 4개 단지는 정밀안전점검을 추진 중으로 곧 보완 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입주 전인 10개 단지 중에서도 6개 단지는 보완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4개 단지도 입주 전에 보완을 마치겠다고 설명했다.
또 시흥 은계지구 아파트 단지에서는 상수도관의 내부 코팅제가 떨어져 나와 2017년 입주 직후부터 수돗물에서 검은색 이물질이 나오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해당 수돗물에서 발견된 이물질 성분은 총 35종으로, 이중 4개 종류는 에폭시 등 피복 자재와 동일한 성분으로 분석됐다.
LH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불량 강관을 단지에 납품한 업체는 시흥은계지구 뿐만 아니라 다른 LH 현장 14곳에도 강관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 다른 곳에서는 자재 관련 하자 민원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해당 업체는 2020년 당시 가격담합업체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으나 공정위의 과징금도 납부하지 않고 손배소 소송에도 응하지 않는 등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매우 무겁고 국민께 사죄의 말씀 드려야 하는 주제에 대해 회의를 소집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직접 살고 계신 아파트에서 생활의 가장 기초인 먹는 물과 안전의 기본 중 기본인 시설물 안전 문제가 생긴 건 어떠한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도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LH 공기업이 지은 아파트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LH에 대한 감독 부처로서 공공주택에 대한 사업 감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직접 짊어지고 이런 문제들을 원칙대로 처리하고 한시도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결론적으로 모든 책임은 좌든 우든 이권 카르텔에 있다"며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자유공정 정부로서 이를 단호하게 조치하고 건설분야에서의 이권 카르텔에 대해 전반적인 혁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수돗물 이물질이 나오게 된 불량자재를 구매하고 이에 대한 당시 감독을 맡은 책임자, 그리고 무량판 설계를 시공하면서 전단 보강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책임자 및 감리 책임자에 대해선 가장 무거운 징계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고발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해서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거나 책임이 있는 경우엔 자체적으로 인사 및 계약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며 "범죄혐의가 깨끗이 벗겨지지 않는 경우 전원 즉각 수사 및 고발조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한준 LH 사장 역시 전단보강근 누락과 관련해 "그동안 LH는 주택에 대해서 발주만 했지 관심이 없었다. LH 공사 사장으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LH는 모든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15개 단지에 대한 설계가 어디에서 발주됐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감리는 언제 발주됐고 감리 관여한 자는 누구인지, 시공업체들은 어떻게 선정하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모두 조사해 관련된 사람은 한치의 의혹 없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수돗물 이물질 문제와 관련해선 "빠른 시간 내로 상가, 음식점, 단독주택 등에 정밀여과장치 설치를 추진하는걸로 검토하겠다. 현재 20㎞ 전구간을 교체해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우선 3㎞을 전면 교체한 뒤 나머지도 조사해서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면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원 장관은 "미지정구간 17㎞도 원칙적 교체하는 것으로 하자"며 "이물질이 나와야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과 불신을 걷어내는 것이 기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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