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소비 모두 탄탄 … 연착륙에 힘 실린다
"인력 감축" 중소기업 7%뿐
"일자리 유지 땐 소비 안줄어"
일각선 '고금리 지속' 우려
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견고한 고용 시장이 소비를 지탱해주면서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가 오랫동안 예상됐던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꾸준히 냉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기 연착륙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는 우선 견고한 노동시장에 있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미국 내 일자리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전월 대비 20만~30만개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7월에도 이 같은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7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 폭 시장 전망치는 20만개다. 블룸버그는 7월 실업률도 완전고용 수준인 3.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인난을 겪는 미국 기업들이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탄탄한 노동시장이 유지되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고용 유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가령 미국 빅테크 업체 애플은 해고를 최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원칙하에 대규모 감원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은 중소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즈니스 자문사 비스테이지 월드와이드가 최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만이 올해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WSJ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여전히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직원들과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해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고용시장 덕에 소비도 양호하게 유지되면서 미국 경제는 성장 흐름을 잃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가 5%를 뛰어넘는 고금리 시대를 맞았지만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2.4%로 집계돼 1분기 증가율(2%)을 뛰어넘었다.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는 1.6%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에릭 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소비를 크게 줄일 가능성은 낮다"며 "높은 금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 올라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도 4.1% 올라 2021년 9월 이후 최소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실업률 급등과 경기 침체를 낳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하이디 시어홀츠 정책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완화되는 가운데 이 추세가 계속되고 실업률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착륙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연준이 연착륙을 위한 궤도에 올랐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를 목도한 연준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결국 노동시장의 붕괴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마이클 게펜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자주 경기 침체를 겪은 게 우리의 역사"라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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