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 별세…향년 93세

김재림 할머니의 모습. 사진=뉴스1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인 김재림 할머니가 향년 93세 나이로 별세했다.

30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광주 서구 국빈장례문화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다음달 1일,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

김 할머니는 1930년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에서 1남 4녀 중 넷째로 태어나 1944년 3월 화순 능주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광주의 삼촌 집에서 일을 돕던 중 같은 해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김 할머니는 생전 "모집자가 '밥도 배부르게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준다'고 해서 따라갔다"며 "그때는 먹는 것보다도 공부 욕심이 나서 공부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군용 비행기 부속품을 닦고 비행기 날개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의 노역을 했다. 김 할머니는 "종일 일하고 돌아와도 밤이 되면 공습경보가 울려댔다"며 "기숙사에 와서도 낮에 입은 옷을 입고 보조 가방을 맨 채 잠을 자야 했다"고 회상했다.

김 할머니는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국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근로정신대로 동원됐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군 위안부로 오해받을까 봐 어느 한순간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2014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소송에서 원고로 참여했다. 2018년 12월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상고하면서 사건이 대법원에 넘어갔다. 김 할머니는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