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투자 광풍이 지나간 자리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치솟는 주가에 시장의 모든 관심이 쏠린 2차전지 관련주들은 지난 26일 롤러코스터를 탔고 종착점은 급락이었다. 28일 주가가 다시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이제 계속 우상향만 이어지리라 믿는 투자자들은 드물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26일 오후 1시부터 27일 장 마감까지 불과 9시간 만에 유가증권 시가총액 4, 9위와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 대형주 주가가 3분의 1이나 빠졌다는 것이다. 거침없이 올라가던 기간에도 며칠에 걸쳐 상승해왔던 가격이었지만 내려갈 때는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누구나 생각해봤던 조정이 느닷없이 한순간에 이뤄져 충격은 더 컸다.
그동안 패닉바잉은 숏스퀴즈와 더해져서 2차전지 관련주 가격을 급등시켰다. 2차전지 수익률이 투자의 척도가 되면서 기존의 우량주, 가치주는 소외됐다. 증권사들은 오른 가격을 따라가면서 목표주가도 높였다. 코스닥 한 상장사는 자기자본의 7%가 넘는 금액을 2차전지 관련주에 고점에서 집중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신고가 이상의 가격을 받아줄 매수세는 없었고 한 차례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고점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남았다. 투자자들이 그간 주가를 하락시킨 범인으로 지목했던 공매도는 27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금지됐지만 17.25%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투자 대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분산투자, 가치투자를 강조한다. 교과서적이고 따분해보이는 원칙이지만 그들만 투자 대가가 된 이유는 그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차전지 관련주가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은 복잡한 재무제표 대신 화려한 스토리와 내러티브, 테마에 현혹되기 쉽다. 그렇지만 그런 스토리와 내러티브는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의 믿음에 바탕을 둔 게 아니다. 나를 뒤이어 더 높은 가격에 추격 매수할 다른 사람의 믿음이 필요하다. 투자가 자기 책임이라면 추격 매수해줄 타인의 믿음은 투자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결국 마음 편한 투자에는 스토리와 테마 대신 숫자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김제림 증권부 jael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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