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폭염에 휴가철 절정…야외 노동자는 땀 '뻘뻘'(종합)
한강 물놀이장 '오픈런'에 '태닝족'…수상 안전요원 풀가동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이율립 기자 = 서울의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른 30일 시내 물놀이장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뙤약볕을 피할 길 없는 도심 한복판은 명절 연휴처럼 한산했다. 물놀이장 주차요원과 노점상 등 휴일에도 쉴 수 없는 야외 노동자들은 평소보다 고된 일요일을 보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서울 낮 최고기온은 34.9도(종로구 관측소 기준)를 기록해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광진·강남구 36.7도, 송파구 36.6도 등 일부 지역 수은주는 체온을 웃돌았다.
물놀이장 아침부터 긴 줄…남대문시장은 텅텅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물놀이장은 올해 첫 물놀이를 즐기러 온 나들이객들로 오전부터 발디딜 틈이 없었다. 형형색색 수영복을 입고 튜브를 든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수영장 양쪽 구석에는 돗자리를 깔고 누워 피부만 태우고 가는 '태닝족'도 눈에 띄었다.
방혜숙(46)씨는 "열 살인 딸이 방학했고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날씨도 더워 나왔다"며 "주말에 계속 비가 와서 오늘이 올해 첫 물놀이"라고 말했다.
물놀이객들은 모두 150개인 파라솔을 선점하기 위해 오전 9시 개장에 맞춰 '오픈런'을 했다. 초등학생 아이와 온 은평구민 이모(48)씨는 "휴가가 뒤로 밀린 데다 물놀이는 여름에만 즐길 수 있으니 아침 일찍 나왔다"며 "개장 전부터 매표소에 40∼50명이 줄 서 있더라"고 전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한산했다. 시장 내 대부분 상가가 31일부터 공식 휴가에 들어가지만 이보다 앞서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좌판을 미처 거두지 못한 노점상과 외국인 관광객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대도종합상가 인근 계단에서 수입약품을 파는 최영자(80)씨는 물에 적신 분홍색 수건을 머리에 덮고 있었다. 최씨는 "일을 해야 살 것 아니냐. 이 정도 더위는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오가는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을 짓는 상인도 있었다.
리어카를 끌며 기념품을 파는 김모(65)씨는 "더워서 손님도 오지 않는다. 오늘 아침부터 3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장사가 돼야 놀러 가지. 벌이가 없어 휴가도 못 간다"고 했다.
손님들은 문 닫은 가게들을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휴가로 한국에 왔다는 인도네시아인 산드라(19)는 "전통시장을 구경하러 왔는데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아 속상하다. 다행히 젓가락과 'KOREA'가 적힌 티셔츠를 샀다"고 말했다.
물놀이장 주차요원·경복궁 수문장 '고된 일요일'
난지한강공원 주차관리요원 전우설(70)씨는 아침부터 잠시 햇빛을 피할 틈도 없었다. 이곳 주차장은 바쁜 날이면 하루 1천대 넘는 차량이 이용한다. 물놀이장이 문을 여는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은 시간당 80∼100대가 오가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마포구의 수은주는 이미 30도를 넘어섰다. 6년차 베테랑 주차관리요원인 그는 회색 긴소매 차림이었다. 전씨는 "햇빛이 따가워 긴팔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어지럼증에 대비해 틈틈이 물을 마시고 있다"며 "땡볕에 서 있는데 차량도 계속 밀려올 때면 차라리 '비 오는 날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놀이장 안전요원 김모(59)씨 역시 팔 토시와 목 수건, 선글라스, 모자로 중무장했다. 그는 "물에 자주 닿기 때문에 팔을 가리지 않으면 하루 만에 화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하루 1천500명에 달하는 주말에는 5명 전원 근무다. 김씨는 "종일 서 있다 보면 체감온도가 40도는 되는 것 같다. 땀에 흠뻑 젖은 뒤 강바람이 불면 오히려 시원하다"며 "땀을 많이 흘려 여름이면 체중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경복궁에서는 평소처럼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렸다. 30여명의 수문장이 복식을 갖춰 입고 방패를 들거나 칼을 찬 채로 연신 깃발을 흔들고 나발을 불었다.
경복궁 뜰에는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도 한복을 빌려 입은 외국인 관광객 등 200여명이 모여 수문장 교대의식을 구경했다. 매표소에도 20여명이 줄을 섰다.
몽골 출신 유학생 케를렌 알탄바야르(28)는 "사계절 내내 건조한 몽골과 달리 한국의 여름은 매우 덥고 습하다"고 했다. 회사 일로 인도에서 왔다는 스와라(22)도 "한국이 인도만큼 덥다. 한복을 빌려 입었는데 치마는 시원하지만 저고리는 달라붙어 더운 것 같다"고 평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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