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사들도 정신질환으로 고통… 역대 최다 기록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아 이직하는 일본 교사들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교육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에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30일 문부과학성의 교원 통계조사 중간보고서를 보면, 일본 내 공립 초·중·고교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이직한 교사는 2021년 한해 953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유형별로는 초등학교가 571명, 중학교 277명, 고등학교 105명으로 각각 역대 최다였다.
문부과학성의 교원 통계조사는 3년마다 이뤄지고 있다. 직전 조사인 2018년과 비교하면 정신질환으로 이직한 교사들의 수는 약 22%(171명)나 늘었다. 2009년과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그간 교사들의 정신질환이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1개월 이상의 병가나 상병휴직을 쓴 공립학교 교원들의 수는 2021년 기준으로 1만94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용 1년 이내로 그만 둔 신임교사의 수는 2021년 전국에서 총 539명이었는데, 이 중 정신질환으로 그만둔 이들이 197명(약 37%)이었다.
교사들의 정신질환 문제의 배경으로는 우선 장시간 노동이 지목된다. 정규 근무시간 외에 학교에 있는 시간이 지난해 기준으로 초등학교에선 한 달에 약 41시간, 중학교에선 약 5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집에서 일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초·중학교 모두 ‘과로사’ 수준(월 80시간)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고착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관리 등 각종 잔업을 담당할 의무는 있으나 잔업 시간에 비례해 임금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교사에 지망하는 이들은 줄었는데 고령화로 정년퇴직자는 늘어나면서 현장의 인력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
이날 보도에선 강조되지 않았으나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도 교사들의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다. 일본에서 이 문제는 2000년대 초반 사회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으며 부당한 요구를 남발하는 학부모를 뜻하는 ‘몬스터 페어런츠’란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2018년 일본 정부의 ‘과로사 등 방지대책 백서’를 보면, 분석 대상이 된 28건의 교원 산재 원인 중 13건은 학생·학부모와의 갈등과 같은 공무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에 일본 내에선 그간 여러 대책들이 시도돼 왔다. 비합리적인 요구를 해오는 학부모들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이같은 문제와 관련해 학교에 자문하는 단체나 교직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NPO)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고, 경험 많은 교사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학교 내부적인 지지 체계가 약해진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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