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돈독할때 타국과도 협상력 생겨"
38년 외교관 생활하면서
日서 3차례 근무한 일본통
"경제성장·中 견제 위해
美와 협력한 베트남 참고"
"한국과 일본은 경제·안보 협력을 밀접하게 이어 가다가도 과거사 문제로 협력이 언제든지 경색될 수 있는 특수한 관계에 있습니다. 정치적 문제와 상관없이 민간에서 교류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이혁 한일미래포럼 대표(외무고시 13회·65·사진)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일미래포럼은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양국의 국회의원·언론인·학자·대학생 간 교류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2005년 외교통상부에 등록돼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추규호 전 주영국 대사, 김충식 전 동아일보 기자 등이 대표를 지냈다.
이 대표가 한일미래포럼 대표를 맡은 것은 외교관으로 일하며 국익에 기여한 삶을 민간에서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38년의 외교관 생활 동안 일본에 총 세 차례 파견돼 근무한 일본 전문가다. 도중에 게이오대에 유학해 한일 관계를 연구했고 2009년에는 주일본 공사로서 일본의 5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지켜보며 정세를 분석하고 한일 관계를 예측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주필리핀 대사, 주베트남 대사,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한일 관계를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에서 양국 기업·재계 간 협력을 고도화하고 국민 사이에 교류를 늘려야 한일 관계가 안정되고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밀접히 엮여 있고 한일 관계가 공고할 때는 미국, 중국, 북한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레버리지 효과가 생긴다"며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과거사 문제와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구축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지만 국익을 위한 합리적인 한일 관계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고통을 주고받은 국가가 전 세계에 많지만 한국과 일본처럼 과거사 문제가 수십 년 동안 국가 간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없다"며 "1960·1970년대 미국과 전쟁하며 많은 피해를 입었던 베트남이 현재는 미국과 협력하며 경제 성장과 중국의 안보 위협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졌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을 포함한 주요 국가와 합리적 외교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일본에서 셋집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상이 낮았지만 현재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안보적 다자 연대의 수혜를 입고 성장해온 한국이 계속해서 외교 관계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한일미래포럼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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