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우윳값 … 차라리 외국산 멸균우유"
국산품 대비 반값으로 인기
10월 국산 원윳값 8.8% 인상
고물가에 소비자 이탈 가속
서울 은평구에 사는 30대 이 모씨는 지난해부터 수입 멸균우유를 주문해 마시고 있다. 가격이 국내산 우유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낮은데 유통기한은 훨씬 길어 한 번에 여러 팩을 쟁여두고 마실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멸균우유는 기존 흰우유와 맛이 약간 다르지만 마시다 보니 적응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10월부터 흰우유나 치즈·분유 등에 쓰이는 원유 가격이 대폭 올라 또 다시 우유 가격 인상발 물가 상승을 뜻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우유 가격을 계속 올리다가는 국산 유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6월 멸균우유 수입액은 약 1531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약 1048만달러) 대비 46.1% 증가했다. 수입량 역시 지난해 상반기(1만4675t) 대비 25.2% 늘어난 1만8379t으로 조사됐다. 수입액은 최근 몇 년 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0년 796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입액은 2021년 2배가 넘는 1643만달러를 거쳐 지난해 233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3000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수입 멸균우유 시장에서는 폴란드가 지난해 기준 점유율 75.1%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10%), 이탈리아(7.7%), 호주(5.3%) 등이 뒤를 이었다. 폴란드의 '믈레코비타', 이탈리아의 '아르보리아', 독일의 '작센' '올덴버거' 등이 대표 상품이다.
앞으로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국산 원유 가격 협상에 따라 흰우유 등 음용유에 쓰이는 원유 가격은 ℓ당 996원에서 1084원으로 8.8% 인상된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흰우유 제품은 ℓ당 3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치즈·분유 등 가공유에 쓰이는 원유 가격은 현행 ℓ당 800원에서 887원으로 87원(10.9%) 오른다. 기본 우유 가격은 물론, 우유가 들어가는 빵·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전방위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반해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내 제품 가격의 절반가량인 ℓ당 15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산에 비해 맛이 밋밋하고 유익균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멸균 처리를 거쳐 소비기한이 1년 안팎으로 길다는 장점도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장 모씨는 "라테 등을 만들 때 우유가 많이 필요한데 국산 우유는 비싸고 유통기한도 짧아 수입산을 애용하고 있다"며 "맛이 떨어질까 우려했지만 에스프레소 등을 섞으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제품 관세가 낮아지면 수입 멸균우유 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국산 우유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당분간은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각오로 가격 인상을 억제할 방침"이라면서도 "당장은 수입산보다 국산이 품질 등에서 모두 앞선다고 판단하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어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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