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대박난 모더나 "새 킬러상품에 6조원 투입"
연구개발 설비 3배로 더 늘려
호흡기바이러스·독감 등
혁신 백신 6종 완성 계획
최근 방문한 미국 보스턴의 모더나 본사. 이곳에서 만난 존 조열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인근에 새 사옥을 건립하고 있다"며 "연구개발(R&D) 설비를 지금의 3배로 늘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을 타깃으로 한 백신 6종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년간 모더나가 R&D에 투입한 비용은 한화로 9조원이 넘는다. 올해는 약 6조원이 쓰일 예정이다. 제이미 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보유한 21조원의 현금성 자산은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RSV 백신 개발에 쓸 예정"이라며 "45개 후보물질을 가시화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이달 초 모더나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RSV 백신 'mRNA-1345'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는 'mRNA-1345'는 초기 임상부터 글로벌 3상까지 2년밖에 안 걸린 제품이다.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 등을 데이터로 입증하면서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0년 설립된 모더나는 초창기만 해도 보스턴 내 여러 벤처기업 중 하나였다.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 시달릴 때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조열 COO는 모더나의 성공 요인으로 mRNA(메신저리보핵산)와 LNP(지질나노입자) 등 2가지 기술을 꼽았다. mRNA는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특정 위치에 전달하는 물질이다. LNP는 몸속에 들어온 mRNA가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겉을 감싸주는 보호장치다. 두 물질은 본사 2층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각각 생산·조립되고 있었다. 조열 COO는 "이곳은 다양한 변수를 체크하는 공간인데 그중에서도 자체 개발한 '마드보트'는 LNP 입자의 적합 여부를 판별해내는 핵심 기기"라며 "LNP를 구성하는 네 가지 입자가 여기서 발견되면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층에선 mRNA가 목표 단백질을 실제 구현했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본격 생산을 앞두고 그간의 성과를 1차 점검하는 단계인 데다 생균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연구진의 복장 규제, 기기들의 멸균 수준이 좀 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조열 COO는 "2층 실험실과 더불어 100여 개 자동화 기기를 도입한 공간"이라며 "365일 24시간 주말·야간 없는 R&D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본사 5층은 RNA의 염기서열을 분석(시퀀싱)하고 실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조열 COO는 "세포 내 RNA를 정밀 판독하는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와 시퀀싱 노하우는 모더나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생산 공간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보스턴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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