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심’ 두려워 당원 앞에서 트럼프 비판 못한 미 공화당 후보들

박은하 기자 2023. 7.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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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당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한 28일(현지시간)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들이 도널드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언급을 회피하는 진풍경을 보였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이날 열린 공화당 연례모금 행사인 ‘링컨의 날’ 기념 만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공화당 경선 후보 13명이 전원 참석했다.

후보당 10분씩 주어진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일 마지막 순서에 배정됐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례가 되자 유일하게 연설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연방 검찰로부터 추가 기소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내가 뛰지 않았다면 아무도 나를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공화당 후보는 자신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여러 형사·민사 혐의에 직면한 것도 바로 대선 승리 가능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 시작 3분도 지나지 않아 공화당 내 경선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한 공격을 쏟아냈다. 그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기성 글로벌리스트”라고 공격했으며 디샌티스를 조롱하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1200명의 청중은 이런 순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박수갈채로 화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앞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자신의 차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 역시 대체로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던 월 허드 전 텍사스 하원의원만이 “트럼프를 지명하면 우리는 기꺼이 조 바이든에게 백악관에서 4년 더 일할 기회를 줄 것이고 미국은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허드 의원 연설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펜스 전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의 기밀문서 반출 사건이 쟁점화되면 “우리는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추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급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관련해 그가 법정에 설 만하다고 경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CNN은 경쟁자들의 비판은 “무대 밖에서 이뤄졌다”며 디샌티스 주지사와 펜스 전 부통령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장악한 당내 풀뿌리 민심에서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 당원들 앞에서는 사법 리스크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최근 기밀문건 반출 사건과 관련한 혐의,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 성추문 관련 증거인멸 지시 혐의 등 총 40개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내년 5월부터 기밀문서 반출 관련 재판이 시작된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굳건하다. 이달 폭스 비즈니스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6%로 선두를 차지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16%, 팀 스콧 상원의원이 11%로 뒤를 이었다. 다른 후보는 한 자릿수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독주 구도’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전략가인 크레이그 로빈슨은 “6개월 전에는 트럼프와 디샌티스, 그리고 나머지가 있다고 말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가 단독으로 한 층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모든 사람이 트럼프의 대안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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