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순살아파트' 더 있었다…LH 15개 단지서 무더기 누락

원희룡 국토부 장관 "책임자 전면적 인사·고발 조치"…민간 발주 100여곳 안전점검 추가 진행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시흥은계 지구 수돗물 이물질 및 LH 무량판 조사 결과 관련 긴급안전점검회의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3.07.30.

인천 검단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무더기로 확인됐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LH가 검단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남양주 공공분양 주택을 포함해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라, 철근 누락 아파트는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LH 발주 단지 중 이미 준공된 단지는 38개(38%), 공사 중인 단지는 56개(62%)다.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전단보강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량판 구조는 무게를 버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보강하는 게 필수적이다.

15개 단지 가운데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누락됐다. 구조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설계 도면에서 전단보강철근 표기를 빠뜨린 것이다. 5개 단지는 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이 빠진 15개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5개 단지다. LH는 4개 단지에서 입주자와 협의 또는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며, 이후 보완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1개 단지는 현재 보완공사가 진행하고 있다. 아직 입주하기 전인 나머지 10개 단지는 입주 전까지 보완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은 철근 누락 등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 징계와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원 장관은 "무량판 구조로 설계·시공하면서 전단보강철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와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처를 하겠다"며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5개 단지를 설계·감리가 언제 발주됐고, 여기에 관여된 사람은 누구인지 조사해서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관련자가 책임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