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前정부 지워내기 급급해서는 안돼"(일문일답)
"前 정부 추진 과제 중 국민 안전·재산권 관련 多"
尹의 환경부 질책...한정애 "원인 제대로 짚어야"
"기후변화 水관리 중심부서로 환경부 자부심 가져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환경부 장관이었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임 정부가 했던 것을 지워내기에 급급해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수해와 관련해 대통령의 질타를 받았던 환경부에 대해서는 “기후재난 시대 환경부가 수자원과 관련돼 전체적인 업무를 하는 부서이니만큼 자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천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게 났겠다 싶어 계획을 만들었고 환경부 장관에서 나올 때 법안을 냈다”며 “이후 그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지난 27일에서야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하천법”이라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잘 결정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유산을 무조건 폄훼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지난 정부의 유산을 지워내다보면 국민 안전에 필요한 법안과 정책까지 무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는 “전임 정부에서 추진했던 것들 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물관리 똑바로 하라”며 환경부를 향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도 ‘적절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냈다. 특히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태와 관련해 누구의 실책이 더 큰지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
한 의원은 “‘큰 비가 예상된다’는 것은 기상청을 통해 익히 알려졌고 미호천 홍수 예보 타임라인을 보면,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팩스로 67개 중앙기관, 대통령실, 총리실 등에 다 보낸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런데 사고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은 없었다”고 했다.
전임 장관으로서 환경부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후 재난의 시대 우리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환경부가 수자원과 관련돼 전체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부서이니만큼, 자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관리 일원화가 정치 쟁점화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환경부 장관으로서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물관리 일원화는 역대 정부의 공약이자 약속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물관리 일원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돼왔다. 페놀 사태 등을 겪으면서 (물을) 분산해서 관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수질(관리)은 환경부가 하고, 수량은 국토부가 하고, 하천은 국토부, 소하천은 또 행안부가 하고, 농업용 정수지는 농림부 산하 농어촌공사가 한다. 산업부는 또 한수원에서 댐 관리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산의 중복 투자도 문제가 됐다. 같은 하천이라도 국토부가 하는 하천 정비 사업이 있고, 환경부가 하는 하천 공원 사업이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토부가 하천 정비를 할 때에는 생태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도 ‘이렇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곤 했다. (이때가) 90년대였고 2000년대부터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본격적인 정부의 시도들이 있었다.
다만 그게 안됐던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해서 각 부처의 ‘업무 지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한수원에서는 댐 관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한다. 농림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업무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데 (농림부가 관리하던) 저수지 중에는 농업용으로서 기능을 다한 곳이 많다. 예컨대 용인이나 안양 지역 등이다. 우리가 말하는 큰 호수라는 게 예전에 우리가 쓰던 저수지였다. 지자체는 이를 어떻게 하고 싶냐 하면, 지역 주민을 위한 수변공원으로 개발하고 정비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물 관리가 흩어져 있다보니) 이런 것들이 모여 물관리 일원화 얘기가 됐다.
지난 19대 대선 때 당시 우리 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모두 물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동 공약이었다. 저마다 본인들이 정권을 잡았으면 본인들이 (물관리 일원화를) 했었을 것이다. 당시 홍준표 후보의 공약도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였다. 수량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됐고 하니, 수질을 제대로 관리하면서 수변도 생태적으로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환경부로 가는 게 맞다’고 봤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막상 하려니 반발이 있었다. 우리 당이 (정권을) 잡다보니 그랬고, 국토부 입장에서 봤을 때도 반발을 했을 것이다. 업무를 빼앗기는 상황이니까. 겉으로 말을 못 했겠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국토관리청의 하천 정비 사업이 굉장히 많았을 것이다. 각 지역에서도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했을 것이다. 일종의 로비라고 할까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도 의원들을 통해 했었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음에도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부분은 빠졌다. 이 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9월까지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국회 특위를 만들자’고 했다.
이 때 1차 합의가 뭐였냐 하면 섬진강까지 포함한 5대강 업무를 우선 (환경부로) 넘기자고 한 것이다. 국토부 인력과, 관련돼 수자원공사 업무 등도 넘기자고 했고 2018년에 넘어왔다. 2020년에 하천 관리 업무까지 2차로 넘어왔다. 이를 하는 과정에서 1차와 2차 모두 (여야가) 합의했다.
지금 와서 ‘물관리 일원화 때문에 이번 수해가, 참사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본다.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부분에서 약간은 책임을 면피하려고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여론이 안 좋으니 (사고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가리키는 모습이다. 전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해서 일어난 것처럼 하려는 것처럼.
사실 환경부 소속 기관인 홍수통제소는 거의 2주간 밤샘하면서 일했다.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물이 넘치기 전 4시간 전부터 경고를 했다. 직접 전화까지 걸었다. 그런데 이 전화를 받은 기관들이 아무런 일을 안 했다는 게 문제였다.
따라서 이번 수해와 물관리 일원화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책임을 면피하고자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보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보 해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나오는데.
△보는 해체된 게 하나도 없다. 보를 해체하자는 결정만을 (지난 정부에서) 했다. 그것도 금강하고 영산강만이었다.
그런데 저는 보가 홍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보는 거대한 가림막과 같다. 수문을 개방한다고 하지만, 보가 완벽하게 개방되지 않는다.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정돼 있는 보 중 수문의 일정 부분만 열 수 있다. 풀(full)로 열어놓는다고 해도 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차이가 난다. 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유속이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천 지류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이, 국가하천을 통해 빨리 바다로 빠져나가는 게 중요하다. (보가) 홍수 예방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완벽히 동의하지 않는다.
해체된 보가 없는데 ‘(보 해체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이해가 안된다.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번 사고가 지방하천에서 일어났다. 관리의 미비가 있다고 보는지.
△지방하천의 관리가 미비했다.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할 때도 그랬다. ‘지천과 지방하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당시 국가하천은 정비 비율이 95%까지 올라왔지만 지방하천은 70% 후반대였다.
그리고 홍수가 국가 하천에서 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대부분은 소하천, 지방하천에서 범람하면서 일어났다. 지방하천 정비를 우선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본류에 해당하는 국가하천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그게 4대강 사업이라고 하지만, 처음에는 ‘한반도 대운하’로 시작한 것이었다. 보의 위치 부분을 보면 ‘왜 저기 있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었다.
지금도 지방하천과 소하천 정비는 시급하다. 이후로도 우리가 계속해서 지방하천 정비를 하고 있지만, 예산이 급박하게 늘지도 않았다. 늘 그 정도 수준이었다. 다른 사안이 발생하면 오히려 줄었다. 그러다 늘어나는 방식으로 유지됐다.
2010년 후반기부터는 기후 재난처럼 비가 온다. 예전과는 다르다. 지방하천이나 소하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홍수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을 보면 갑작스럽게 강수가 몰아치고 댐이 가득 찼다. 댐에서 방류량을 갑작스럽게 늘리면서 하류에 있던 지역에서 피해가 났다. 그때 8437가구 이상이 피해를 봤다. 피해 보상으로 3762억원이 쓰였다. 우리가 피해 보상을 했는데, 그 피해 보상 대책을 보고 받으면서 느꼈던 게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였다.
국가하천, 즉 5대강 하천에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주는 지류 하천이 있다. 이들에 대한 정비를 해야 하는데 각기 지방에 이양돼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다른 것에 우선하다 보니 하천 정비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천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게 났겠다 싶어서 계획을 만들었다. 환경부 장관에서 나올 때 법안을 냈다. 그 법안이 논의조차 안됐다. 지난 7월 27일 본회의에서야 통과했다. 바로 하천법이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잘 결정했다고 본다.
현 정부는 전임 정부가 했던 것을 지워내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전임 정부에서 추진했던 것들 중에는 이유가 있는 것도 있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서울시내 안양천이나 도림천 지류천도 기후변화 시대에 발맞춰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 예전에는 작은 하천을 복개해 주차장으로 쓰거나 길로 내기도 했다. 이것들을 다시 열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고수부지처럼 만드는 식이다. 평소에는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나 공원처럼 활용하고 비가 많이 올 때 안전지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방하천을 이런 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예전에는 (지방하천 관리를) 80년만에 한 번 오는 비 수준으로 관리했다면, 이제는 그 정도 수준으로 하면 안된다. 국가가 제방의 강도와 높이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하나’ 지난 정부 때 검토한 게 있다. 그 기준에 맞춰 지방하천, 소하천을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 당장은 국가 예산이 많이 들어갈 것 같지만, 피해가 발생해 보상과 복구에 쓰일 돈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를 강화하는 식으로 제대로만 해놓는다면,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피해 복구를 위한 큰 규모의 재난 예산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수해와 관련해서 환경부가 직접 대통령의 질타를 받았다. 타당해보이는지?
△(대통령이) 질책을 하는 데 있어 그렇게 뭉뚱그려서 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환경부가 하는 업무 중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봐야한다. “물 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했는데, 이번 미호천과 관련해서는 환경부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 없다고 본다. 환경부 장관 출신이라고 편을 드는 게 아니다. 잘못을 지적할 때는 정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 관련) 사업을 하면서 환경부 하천계획과에 보고를 했을 것이다. 행복청도 국가기관인데 관리를 했어야 했다. 환경부가 매번 가서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했다면 중복 규제니, 이중 규제니 얘기했을지도 모른다.
행복청이 허가대로 공사 진행을 감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국토부가 제대로 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고 본다. 따라서 (환경부 같은) 다른 부처 장관에게 (대통령이) 얘기를 했다는 것은 ‘핀트가 안 맞는 것’이라고 본다.
듣기로는 ‘큰 비가 예상된다’는 것은 기상청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환경부 장관으로 있을 때도 그 같은 상황을 여럿 봤다. 장마 기간에 홍수 관련한 상황실이 만들어지는데, 다들 밤샘하며 일한다. 너무 안됐다 싶을 정도다. 덕분에 새벽 4시에 (미호천 관련 경보) 통보가 갈 수 있었다. 열심히 해도 어떤 때는 안될 때가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지적을 당했다면 해당 공무원들의 사기는 좀 떨어졌을 것 같다.
미호천 홍수 예보 관련 타임라인을 보면,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팩스로 67개 중앙기관, 대통령실, 총리실 등에 다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컨트롤타워라는 곳들이다. 이들 컨트롤타워가 하는 일은 이것이다. ‘상황이 위험하다고 오면, 이를 바탕으로 (산하기관들의) 대처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런데 사고 당시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없었다.
이런 것은 질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때 연락 받은 기관이 무엇을 했는지, 잘 챙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아무 것도 안 했다면 왜 그랬는지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전임 장관으로서 환경부에 조언을 한다면?
△기후 위기, 기후 재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올해 전 세계적인 상황을 보면, 역대 최고, 역대 최악이라는 단어로 늘 경신하고 있다. 지구는 끊임없이 뜨거워지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동의하는 게 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보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다. 자연에 기반한 해법을 고민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자연에 기반한 해법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부처가 환경부라고 본다. 환경부는 기후 재앙시대에 그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된다.
최근 산사태가 난 곳을 보면 벌목이 심하게 있었거나 개발이 (부실하게) 된 곳이다. 나무가 견고하게 유지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인적 재난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환경부는 ‘환경보호가 더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본다. 환경부 본연의 일에 충실한 것이라고 본다.
또 국민들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다. 소하천, 저수지 등은 여전히 부처 간 관리가 분리돼 있다. 환경부가 이들과 잘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조율해야 한다. 각 부처도 ‘이것이 내 업무야, 내 것이야’라고 할 게 아니라 기후재난의 시대 우리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환경부가 수자원과 관련돼 전체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부서이니만큼, 자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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