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논문 공개에 갑론을박

전남혁 기자 2023. 7. 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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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공개하면서 국내외에서 진위 여부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됐다는 이번 연구결과가 맞다면 과학·기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 되겠지만, 현재 2건의 논문에 보고된 내용만으로는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다만 제3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논문이 작성된 만큼, 빠른 시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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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초전도 현상. 위키미디어 제공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공개하면서 국내외에서 진위 여부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검증을 끝낸다면 현재 과학기술계의 난제를 푸는 획기적인 성과지만, “실험 데이터 등이 부족하다”며 실제 입증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제로(0)인 상태의 물질이다. 초전도체로 만든 회로에 전기가 흐르면 저항으로 ‘낭비되는 에너지’가 사라진다. 한국전력의 송배전손실률(생산된 전기가 실제 사용자까지 이를 때까지 저항으로 잃어버리는 전력 손실률)은 3.5%에 이른다. 연간 1조 5000억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 개발 및 상용화될 경우 자기부상열차, 핵융합 발전 등 인류가 ‘꿈’으로 여기던 기술들을 실현시킬 수 있다.

논란은 22일 국내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가지는 물질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 2건을 공개하며 불붙었다. 초전도체 자체는 현재도 개발 및 사용되고 있지만, 문제는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은 납과 구리, 인회석을 이용해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고, 이 물질은 임계온도 127℃ 이하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논문이 공개되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논문에 비판적인 학자는 △논문이 동료평가 등을 거친 국제학술지가 아닌 사전공개 사이트에 공개된 점 △연구데이터나 논문의 세부사항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논문은 세부사항이 부족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학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연구진이 사용한 재료 중) 납-인회석은 비전도성(전기가 흐르지 않는) 광물이고, 이는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망하지 않은’ 시작점”이라 전했다.

앞서 발표된 초전도체 관련 논문이 검증 과정에서 철회된 경우도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지만, 연구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철회된 바 있다.

회의론이 높은 상황에서도 이번 논문이 주목받는 것은 물질 제작의 재료와 제작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초전도체 제작을 위한 상세한 재료물질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일리노이 대학의 나디야 메이슨 교수는 “데이터가 약간 엉성한 면은 있다”면서도 “논문 저자가 적절한 데이터를 제시했고, 그들의 제조 기술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미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의 물질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일주일 내로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미 윌리엄 앤 메리 대학 등 해외 기관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김현탁 박사는 현재 미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상온 초전도체 물질에 대한 이론 정립을 위해 김 박사와 뭄타즈 카질바쉬 윌리엄 앤 메리 대학 물리학과 교수 등과 협업 중이고, 다른 해외 기관에서도 (협업) 연구 요청이 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됐다는 이번 연구결과가 맞다면 과학·기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 되겠지만, 현재 2건의 논문에 보고된 내용만으로는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다만 제3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논문이 작성된 만큼, 빠른 시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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