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의 뉴코리아 건설](13)갈등 조정 시스템을 최우선재정비 하자

2023. 7. 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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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한미동맹재단 부회장·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의 오늘을 잘 보여주는 슬픈 이름이다. 우리나라 갈등 지수가 OECD 30개국 중 3위이며,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터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높다고 하며,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갈등 국가다.

한국이 비틀대고 있다. 2014년에 한 언론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민 8명 중 7명(87.5%)이 '한국 사회의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갈등은 있다. 그러나 갈등 수렴이 안 되고 확산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 분열, 혐오가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극단화 되고 있으며, 노사, 계층, 세대, 젠더, 이념, 지역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갈등을 가장 잘 치유해 주어야 할 정치가 극단에 극단을 더해가면서 총성없는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사회구성원도 극단적 소통 단절과 상호 고립에 내몰리고 있으며, 합리적 토론과 상호 조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은 초등학생들에게 까지 전염되어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젊은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낮에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 모씨는 '너무 힘들어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산업 및 근로현장의 갈등은 광화문 광장을 수시로 마비시키고 있고, 장기간 점거 농성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46조원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추측된다.이러한 우리 사회의 갈등은 외부 침략보다도 더 위험한 내부 분열을 초래하고 상호 총질로 국가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15년 전인 2008년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국내 사회적 갈등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총리실 산하에) 사회갈등 문제를 다루는 부서를 만들어 국민통합에 앞장서겠다고 했으나 성과는 보이지 않는 등 매번 되풀이 되는 공염불인 것 같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원인은 우리사회 전반의 미성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열린 시각,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이웃에 대한 선린 의식이 아닌 비이성적 흥분과 맹목적 진영논리, 이기심 편협한 국가주의가 빚어내는 불협화음이다.

우리 국민은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희생된 해병대 병사의 부모의 절제된 슬픔이 그러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란 '사람이나 집단간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사회 갈등 수준이 높아졌을 땐 정치권이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연간 위헌 판결을 받은 법안이 8건에 달한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실상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핵심은 대통령실과 정부다.정부가 사상 처음 사회적 갈등 관리 비용 추산에 나선다고 한다. 갈등의 실태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효율적 대책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정부가 직접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1)사회적 갈등 지수에 따른 경제적 비용 산출 2)사회적 갈등 수준을 진단하는 지수 설정 3)연도별 '사회적 갈등지수' 변동 추이 분석 등을 수행한다. 또, 사회적 갈등지수가 개선됐을 때 증가하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함께 추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갈등양상은 10년 전보다 첨예화·복잡화됐고 경제규모도 커졌기에 현재 갈등비용은 기존 민간 연구소 추산을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진국 도약을 위해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갈등관리 방안의 필요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으론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판단력과 통찰력, 도덕성과 청렴성,,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다소 강제력을 가진 갈등조정위원회 신설을 통해서라도 범국가적으로 갈등 해소에 나서자.

이승현 한미동맹재단 부회장·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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