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개인투자자와 ESG투자
주식투자나 채권투자, 혹은 기업대상 대출 부문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고 하면, 많은 사람은 세계를 투자대상으로 활동하는 국부펀드, 연기금, 글로벌 IB, 상업은행 등 큰 조직이나 대기업이 투자활동이나 사업을 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이나 트렌드를 떠올린다. 특히 상장기업의 주주총회에서 ESG관련 안건에 대해 활발히 의사를 표현하는 주주들은 보통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였다. 개인투자자 지분을 합치면 그 총량은 상당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보유주식수는 대체로 소액이고 활발한 주주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ESG에 대한 의견은 그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투자자금을 모아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최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SG나 '깨어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을 강조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패시브 펀드나 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주주로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9조40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내년부터 그들이 운용하는 플래그쉽 ETF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대리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줄 계획이다. 경쟁사인 뱅가드는 올해 봄부터 운용 중인 3개의 펀드에 대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주의견을 행사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트스트리트도 올해 4월부터 뱅가드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이 자산운용사들은 펀드가 투자한 개별기업의 모든 사안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각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ESG 사안이나 종교적 판단, 그리고 노사문제 등 큰 틀에서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기준에 대해서, 각 투자자들이 개인 의견에 따라 투표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월 글로벌 ETF평가기관 ETFG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ETF 자산규모는 4월 말 기준 9조7360억달러(약 1경2400조원)에 이른다. 그 중 국내 ETF는 760억 달러, 약 97조원에 달한다. 우리 증시에서도 개인투자자의 ETF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투자자가 개별주식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거나 액티브 펀드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간접투자 방식을 선택했으나, 점점 패시브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인덱스 펀드나 ETF를 선택해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10년 전과 대비해 공모펀드 설정규모는 줄어든 반면, ETF설정액과 거래량은 늘고 있다.
과거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주총에서의 의결권을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나 펀드매니저에게 위임하여 결정해왔다. 특히 인덱스 펀드나 여러 ETF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해당 펀드나 ETF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 개별주주로서의 의견표명을 하고자 하는 특별한 의지를 가지거나 개별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출발한 최근의 움직임은 향후 ESG관련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펀드 운용에 많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게 한다.
올 봄 세계적인 맥주브랜드인 버드와이저는 그들이 고용한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의 온라인 포스팅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버드라이트 매출이 26%나 곤두박질쳤고, 제조사인 AB InBev의 주가도 폭락해 불과 몇 주 만에 시장가치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가 증발했다. 회사의 마케팅 내용이 사회적으로 갈등이 있는 이슈와 충돌하자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결과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끼친 한 사례다.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주가, 그리고 그와 관련된 ESG 사안은 더 이상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의 영역이 아니며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이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전 대표이사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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