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과 주민들 이렇게 화해했다…‘길고양이 공공급식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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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고양이 라온이는 새끼였던 2021년 창원 성산구 성주동 삼정자공원에 버려졌다.
고민 끝에 창원시는 주민들과 협의해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했다.
강종순 창원시 축산과장은 "삼정자공원에 공공급식소를 설치한 이후 길고양이 관련 민원과 주민 갈등이 사라졌다. 올해 연말까지 주민 반응을 살핀 뒤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창원 전역에 공공급식소를 추가 설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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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고양이 라온이는 새끼였던 2021년 창원 성산구 성주동 삼정자공원에 버려졌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 오며 가며 먹이를 줬다. 캣맘들은 라온이란 이름을 붙이고 중성화수술도 시켰다. 라온이는 건강하게 자랐다. 하지만 모두가 아껴주는 것은 아니다. 밥그릇을 엎거나 발로 차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
라온이에게 지난 20일 깨끗한 쉼터가 생겼다. 비바람 걱정 없는 공원 정자 아래다. 지붕에는 ‘동물을 학대하면 처벌한다’는 경고 문구와 신고 전화번호도 걸렸다. 창원시 공무원도 수시로 찾아와 살펴보고 간다. 라온이의 쉼터는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로 불린다. 이곳은 경남에서는 처음 문 연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다.
공공급식소 설치 전 삼정자공원에는 길고양이 집과 밥그릇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캣맘들이 놓아둔 것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캣맘들이 제각각 활동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봄에는 일부 주민들이 불결하고 미관을 저해한다며 길고양이 집과 밥그릇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을 창원시에 공식 제기했다. 창원시는 민원을 받아들여 사설급식소 철거를 예고하는 계고장을 붙였다. 이번에는 캣맘들이 반발하며 철거를 막았다. 창원시는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고민 끝에 창원시는 주민들과 협의해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했다. 공원 곳곳에 놓인 집과 밥그릇을 모두 없애고, 대신 공원 안에 공공급식소 2곳을 설치했다. 길고양이 집은 창원길고양이보호협회가 제작했다. 급식소 운영은 인근에 사는 캣맘 성현주(43)씨가 맡았다. 성씨는 매일 세차례 먹이를 주고, 물그릇을 갈고, 급식소 청소까지 한다. 성씨는 이미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매달 80만원 정도의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창원시에선 축산과 동물복지팀 소속 직원이 수시로 찾아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지난 28일 오후 성씨가 먹이를 주려고 공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길고양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달려왔다. 성씨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자 고양이들이 공원 입구까지 따라가며 배웅했다. 성씨는 “처음부터 길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사람들에게 학대당하는 것을 보고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에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개인 사정으로 일을 거르게 될 때는 이웃 캣맘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공급식소를 살펴보려고 공원을 찾은 또 다른 캣맘 강현주(54)씨는 “5년 전부터 성주동 대암산 등산로 주변 길고양이 30여마리를 돌보고 있는데, 그곳에도 공공급식소를 설치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창원시는 길고양이를 붙잡아 중성화수술을 시킨 뒤 살던 곳에 풀어놓는 ‘개체수 조절 사업’을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 1300마리, 하반기 1천마리가 목표다. 삼정자공원의 어미 길고양이도 올가을 모두 중성화수술을 마칠 계획이다. 공공급식소 설치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고 ‘창원시 동물보호센터 운영 및 반려·유기동물 보호에 관한 조례’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강종순 창원시 축산과장은 “삼정자공원에 공공급식소를 설치한 이후 길고양이 관련 민원과 주민 갈등이 사라졌다. 올해 연말까지 주민 반응을 살핀 뒤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창원 전역에 공공급식소를 추가 설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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