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택’ 탈출했지만… “그날 이후 상처 영원히 안 없어져”
“전세사기로 인한 고통은 평생 끝나지 않을 겁니다.”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김민성씨(30·가명)가 지난 27일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씨는 동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설립한 ‘탄탄주택협동조합’의 1호 ‘치유 조합원’이다. 치유 조합원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방식으로 전세사기 주택에서 퇴거한 조합원을 뜻한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은 국내 처음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 복구에 나서겠다고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피해자 18명이 모여 출범해 30일 현재 조합원은 25명으로 늘었다. 김씨는 지난 8일 조합에 가입했다.
‘1호 치유 조합원’으로 불리지만, 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전세사기는 김씨에게 수많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남겼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김씨의 경우 동탄 전세사기 피의자(임대인)와 1억7000만원에 오피스텔 전세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사이 오피스텔 자산 가치가 떨어져 1억6000만원에 협동조합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1600만원을 출자했다. 지난 24일 그가 퇴거하면서 받은 돈은 1억4400만원(새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다. 당장 2600만원을 손해 본 셈이다.
조합의 피해 복구 방식은 피해자 대신 조합이 임대인으로부터 주택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이를 통해 임대 수익을 내 피해자들에게 분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피해자들은 기존 임대인이 아닌 조합과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고 주택 매매가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자하게 된다. 출자금은 전세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는 피해자에게 기존 보증금을 지급할 때 쓰인다.
김씨는 조합 가입 이전에 임대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1000여만원 비용도 부담했다. 만기가 도래한 전세 대출을 갚기 위해 신용대출을 끌어쓴 탓에 계획에 없었던 은행 이자도 내야 했다.
협동조합을 통한 피해 복구는 조합원들이 원하지 않는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는 피해 금액 중 일부를 복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여야 하며 역전세 상황에선 완전한 피해 복구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금전적으로 따지기 힘든 피해들도 있다. 예식장 계약까지 마쳤던 올해 말 결혼계획은 잠정 중단했고 우울감에 수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잦은 음주로 건강도 나빠진 상태다.
무엇보다도 김씨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사기를 당한 이후에 가장 먼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허탈하더라고요. 앞으로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김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사기범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동탄 전세사기 사건의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사기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이 사건 첫 재판에서 피고인 중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다.
“저는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그 분(피고인)들은 반성의 기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그나마 피해 금액 중 대부분을 돌려받았지만,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는 임대인 소유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며 전세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 중 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아직까지 남겨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걱정”이라면서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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