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추앙하는 ‘밧데리 아저씨’ 강연회 가보니···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를 위한 곳은 아니잖아요. 개인 투자자로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는 기분을 느끼는데, 그걸 박순혁 작가가 바로 잡아줘요.(40대 개인투자자 A씨)”
29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박순혁 작가(전 금양 홍보이사)가 연사로 나오는 AP투자연구소의 하반기 투자전략 강연회가 열렸다. 박 작가는 책과 유튜브를 통해 2차전지주를 추천하며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2차전지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까지 금양에 홍보이사로 재직하기도 했지만, 공시 전에 유튜브에서 금양의 자사주 매각 계획을 미리 언급한 것이 문제가 돼 지난 5월 퇴사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박 작가가 추천한 8개 2차전지 종목 중에 있었다. 개인들은 올해 1월부터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홀딩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를 가장 많이 사들였는데 두 종목 모두 박 작가가 추천한 8개 종목에 포함된다. 개인들의 매수세에 올해 들어 포스코홀딩스는 127.57%, 에코프로는 903.64% 올랐다.
최근 2차전지주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주에 대한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날 박 작가의 강연장 앞은 강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 접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날 강연장은 500석 규모의 1층은 물론 2층 발코니석까지 사람이 들어찼다. 강연장 안에는 ‘개인투자자 이익 보호에 앞장서는 밧데리 아저씨’, ‘개인투자자들의 로빈후드 박순혁님을 사랑합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증권사를 어떻게 믿어”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개인 투자자들은 박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박 작가의 말대로 해서 투자에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반면 증권사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40대 개인 투자자 A씨는 박 작가가 추천한 8개 2차전지 종목 중 에코프로와 나노신소재 주식을 보유 중이다. A씨는 “박 작가가 추천한 종목으로 실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열 우려에 대해서는 “에코프로는 지난주 150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봤지만 실적을 봤을 때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금양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변동성이 심했던 날에 팔았다. 몇몇 종목에는 테마성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증권사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에게는 증권사를 믿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A씨는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이화전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A씨는 “이화전기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에 메리츠증권이 보유 물량을 전량 매도했다. 개인들은 다 물렸다”며 “이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작가의 강연회에도 자주 오고 온라인 유료 강의도 듣고 있다는 50대 개인투자자 B씨도 “증권사 유튜브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는 자기네들이 밀어주고 싶은 주식만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박 작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좋다”고 말했다.
진격의 2차전지주…과열 우려는 여전
전문가들은 2차전지주의 상승이 실적보다는 개인 투자자 위주의 수급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주가 급변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개인 자금이 몰린 종목들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크게 높아져 있다”며 “이들 종목은 기초 여건(펀더멘털)보다 수급 영향으로 주가가 급변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주 2차전지주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휘청거릴 정도로 급등락이 심했다. 에코프로그룹의 경우 지난 24일(종가 기준) 72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25일에는 81조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26일과 27일에는 이틀 연속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6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가 28일에는 다시 70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시장을 선도하는 주도주와 업종 쏠림은 늘 있었지만, 지난 7월의 흐름은 극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펀더멘털보다 투자자들의 심리와 프로그램 수급 영향력이 큰 상황”이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로 많이 오른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은 더 높아질 것이며, 신중한 종목 선택과 매매 시점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심한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 예탁금은 증가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7일 기준 58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7월1일(58조73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말 51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한 달여 만에 6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이달 들어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19조4000억원에서 이달 28일 20조1000억원까지 7000억원 증가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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