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회동’ 이후 내홍 휩싸인 민주당···강성 당원들 “수박 청산” 요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만찬 회동에서 단합을 강조했지만 당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회동 후 일부 강성 당원들의 ‘수박 청산’(비이재명계 의원 공천 물갈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를 비방한 친이낙연계 권리당원 징계 문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이 대표가 비명계를 어떻게 포용할지가 단합의 난제로 떠올랐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이틀 전 회동에 대해 “두 분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당이 단합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전적으로 일치,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내 분열 조장 행위에 대한 징계 방침도 밝혔다. 조 총장은 “당내 단합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조치한 사례가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가 단합에 합의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 전 총리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전날 당원 게시판인 블루웨이브에 “이낙연과 수박들은 또다시 국회의원이 돼도 지금과 똑같이 발목 잡고 개혁을 방해할 것”이라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낙연과 수박들을 내쳐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당원은 “과감히 수박들을 정리하고 오로지 대표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낙연계 권리당원의 이 대표 비난은 계파 갈등을 고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27일 친이낙연계 권리당원이자 유튜버 백광현씨에 대한 징계안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백씨는 이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고 당의 단합을 해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백씨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의 마인드는 조폭 마인드”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가) 약 대리 처방해서 타 먹고 지(이 대표)도 타 먹었다” “(이 대표가) 그래놓고 이제 불체포특권 내려놓겠다 뭐 이런 헛소리나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쇼인데”라고 말한 대목이 문제가 됐다.
백씨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임종성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당 대표가 진정성을 가지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했으면 당연히 제명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백씨는 “비판하면 입막음하는 것은 비민주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백씨는 지난 5월 법원에 이 대표를 상대로 대표직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이력이 있다. 그는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원들 간의 갈등은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견해차를 반영한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의 전제조건으로 당의 단합을, 이 전 총리는 도덕성을 회복하는 당 혁신을 각각 강조한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수박 청산’을 총선 승리 요건으로 꼽는다.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서면 당의 분열상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려 내년 총선이 위태롭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비명계 당원들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가 민주당의 도덕성·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선 공천 규칙 개정 문제는 갈등의 폭발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5월 음주운전 전력자와 투기성 다주택자 등은 예외 없이 배제하고, 학교폭력 전력자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공천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현역의원 기득권 타파’를 공천 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일부 친명계 원외 정치인들도 권리당원들의 현역의원 공천 평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공천 규칙을 손보겠다니 비주류 의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들의 공천 평가 참여는 ‘수박 찍어내기’라고 반발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7일 MBC 라디오에서 “만약에 (공천규칙을) 건드리면 벌집을 쑤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공천 물갈이론’과 ‘비명계 포용론’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 본인의 희생 없이 혁신을 주장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공천 혁신을 하려면 이 대표도 총선 불출마 선언 등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본인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인천 계양을에 또 출마하면서 다선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권하면 힘이 실리겠나”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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