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념일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 더 가팔라진 외교전선

정전협정기념일(북 주장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의 공조가 긴밀해지는 가운데 한미일도 다음 달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자유주의 진영과 결속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어서 양 진영간 외교 전선이 더욱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북한은 최근 전승절을 전후해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평양에서 가진 교류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세에 중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당정 대표단을 전날 접견한 소식을 전하며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통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하려는 북중 양측의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을 맞아 방북했던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이 지난 2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2023.7.30 연합뉴스

여기에 러시아와 군사교류를 강화하는 등 전통 혈맹인 중국보다도 오히려 한 몸처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북한 관영매체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면담에서 “국방안전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견해일치를 봤다’”고 표현했다. 미중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대미 관계를 관리하는 중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권위주의 진영에 확실히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8일 워싱턴 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한층 강력한 3자 대북 공조를 도출할 전망이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미일간, 한미간 굳건한 동맹과 강력한 우정을 재확인하면서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지난 29일 서면브리핑에서 “3국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를 비롯해 경제 안보, 주요 지역·글로벌 문제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다자외교 계기가 아닌 한미일 3국 정상간 첫 별도 정상회의라는 의미가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국 정상의 첫 캠프 데이비드 방문이며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미측은 설명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처음 방문했으며, 윤 대통령이 역대 두 번째로 15년 만에 찾게 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외교적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유로 “우리(3국)는 함께 작전하고, 훈련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군사 능력을 개발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군사적 공조에 무게를 실었다. 양 진영간 대립이 격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동력이 약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외교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23.5.21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