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끌려가 강제노동…93살 김재림씨 사과 못 받고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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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차 소송에 나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강제동원 피해자 김재림씨가 끝내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전남 화순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1944년 3월 화순 능주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 삼촌 집에서 집안일을 돕던 중 같은 해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김씨는 일본에 도착한 뒤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상태가 될 때까지 온종일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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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차 소송에 나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강제동원 피해자 김재림씨가 끝내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김 할머니가 30일 김씨가 노환으로 이날 새벽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남 화순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1944년 3월 화순 능주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주 삼촌 집에서 집안일을 돕던 중 같은 해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김씨는 생전 “삼촌집에서 고모 딸 등 동갑 사촌들과 머물던 중 일본인이 와서 ‘일본에 가면 밥을 배부르게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준다’고 말했다”며 “먹는 것보다도 공부 욕심이 나서 응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광주역에서 탄 기차가 고향 능주역을 지날 때 일본행을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일본에 도착한 뒤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상태가 될 때까지 온종일 일을 했다. 주로 군용 비행기의 부속품을 깎고 비행기 날개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이었다. 일본인들은 힘든 내색을 하면 ‘일하기 싫어 꾀를 부린다’며 밥을 주지 않았고, 밤에는 언제 울릴지 모를 공습경보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작업복 차림에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1944년 12월7일 도난카이 대지진 때는 함께 일본으로 갔던 사촌언니 이정숙을 잃었다. 김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점심 먹고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도망가라’고 소리쳐 사촌 언니 손을 잡고 달리다가 여기저기서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공포에 질려 언니 손을 놓쳤다”며 “건물더미에 깔려 갇혔는데 다행히 발 하나가 바깥으로 나와 구조대가 발견해 목숨을 건졌지만 언니는 죽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해방 뒤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일본인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를 구별하지 못했던 당시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또다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내가 일본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알고 시어머니가 결혼을 엄청 반대했다”며 “다행히 남편과는 큰 어려움 없이 결혼생활을 했지만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군 위안부로 오해를 받을까 봐 어느 한순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2월27일 심선애(2019년 별세, 향년 88), 양영수(올해 5월 별세, 향년 94), 고 오길애씨의 동생 오철석(88)씨와 함께 한국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양금덕(94)씨 등 피해자 5명이 제기한 1차에 이은 두 번째 소송이다. 2차 소송 원고들은 소송에 필요한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일본정부에 후생연금 기록을 신청하자 일본연금기구는 2015년 2월 해방 당시 액면가인 199엔(한국 돈 1800원)을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각각 지급해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2차 소송은 2018년 12월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각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족으로는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광주 서구 국빈장례문화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다음달 1일 아침 8시30분,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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