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바쳤다’ 180cm 베테랑 박은선 회심의 헤더, 골문 외면…‘한맺힌 WC 득점포’ 실패 [여자월드컵]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예상대로 측면이 헐거운 모로코 수비를 상대로 콜린 벨(잉글랜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180cm 베테랑 장신 공격수 박은선(37·서울시청)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콜롬비아전엔 교체로 뛰었지만 이번엔 전격 선발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 맺힌 월드컵 본선 득점포는 이번에도 이루지 못했다.
박은선은 30일 호주 애들레이드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모로코와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해 후반 24분 전은하와 교체돼 물러날 때까지 뛰었다. 하지만 대표팀과 스스로 바란 골이나 도움은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도 0-1로 져 2패째를 떠안았다.
닷새 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2로 완패한 한국은 모로코전 승리만 바라봤다. 승리 열쇠는 측면이었다. 모로코는 1차전에서 독일에 0-6 대패했는데 모두 측면 수비가 무너진 게 직,간접적인 요인이 됐다. 벨 감독은 모로코전을 사흘 앞두고 전술 훈련에서 한 템포 빠른 판단을 통한 볼 처리, 측면 자원의 뒷공간 패스 및 크로스, 컷백 등에 이은 전방 공격수 마무리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지휘했다.
공중전에 능한 박은선의 선발 출격도 예상해 볼 만했다. 벨 감독은 실제 그를 선발 카드로 꺼내들었다. 한국은 전반 6분 만에 선제 실점했다. 하나네 아이트 엘 하지의 오른쪽 크로스를 저지하지 못한 한국은 이브티삼 지라이디에게 헤더 선제골을 내줬다. 이후 모로코는 거센 압박을 펼쳤는데, 한국은 일찌감치 박은선의 높이를 활용하고 세컨드 볼을 통한 기회 창출에 주력했다.
박은선의 높이는 예상대로 모로코에 최대 위협이었다. 전반 8분 후방 긴 패스 때 박은선이 정확하게 머리로 떨어뜨렸고 조소현이 세컨드 볼을 따내면서 한국 공격에 물꼬를 텄다. 벨 감독은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박은선과 투톱으로 섰던 손화연을 왼쪽 윙어로, 오른 윙백으로 뛴 추효주를 윙어로 전진 배치했다. 박은선의 공중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최대한 세컨드 볼을 따내려는 의도였다.
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한국은 박은선이 머리로 떨어뜨린 것을 조소현을 거쳐 이금만의 오른발 슛으로 이어졌으나 골문과 거리가 멀었다. 3분 뒤엔 장슬기의 왼쪽 크로스를 박은선이 오른쪽으로 슬쩍 밀어준 데 이어 추효주가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빗맞았다.
공격 속도를 끌어올린 한국은 전반 25분 가장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지소연이 왼쪽 측면에서 박은선을 보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모로코 수비수 머리를 지나 정확하게 박은선에게 배달됐다. 그는 노마크 기회에서 회심의 헤더 슛을 시도했는데, 공은 야속하게도 모로코 왼쪽 골문을 벗어났다.
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화연, 추효주 대신 문미라, 최유리를 투입해 측면 속도를 늘렸다. 그러나 시종일관 상대 수비수와 겨루고 연계 플레이에 주력한 박은선의 체력도 떨어져 보였다. 결국 선발 69분을 소화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가 떠난 뒤 한국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두드리며 기동력을 앞세웠지만 확실히 파괴력이 떨어졌다. 박은선이 ‘있고 없고’는 달랐다.
1986년생 박은선은 20년 전인 2003년 ‘10대 선수’로 미국 여자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년 뒤 열린 2004 아테네올림픽 본선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고 같은 해 열린 20세 이하(U-20) 아시아선수권에서 득점왕(8골)에 오르는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선수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가지 않고 실업리그 서울시청에 입단하면서 시련이 겹쳤다. 고교 졸업 선수가 대학에서 2년간 뛰어야 한다는 여자축구연맹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2005년을 통째로 날렸다.
또 국내 여자 축구 선수로는 보기 드문 좋은 신체 조건 때문에 여러 번 ‘성별 논란’에 휘말리는 등 커다란 상처를 안아야 했다. 여기에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이 겹쳐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한동안 태극마크와 멀어져 지냈다.
구세주처럼 손을 내민 건 벨 감독이다. 여자월드컵을 1년 앞둔 지난해 6월 캐나다와 평가전을 앞두고 벨 감독은 박은선을 호출했다. 그는 올 4월 잠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3골을 넣으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장점인 높이를 활용해 동료의 득점도 돕고 스스로 해결사 구실도 해내면서 벨 감독을 만족스럽게 했다.
벨 감독은 박은선을 ‘온실 속 화초처럼’ 잘 키워 월드컵에 데려가겠다고 일찌감치 말한 적이 있다. 그 역시 마음을 다잡고 최근까지 대표팀이 시행한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본선을 앞두고 “감독께서 나를 많이 케어해주신다. 믿어주신 만큼 경기장에서 내 역할을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월드컵 본선 전까지 A매치 통산 42경기에서 20골을 기록한 그는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은 없었다. 2003년 첫 도전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뛰었지만 침묵했고,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부상이 겹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잠비아전에서 여자 선수 A매치 최고령 득점 기록(만 36세 107일)을 쓴 그는 내심 호주·뉴질랜드 대회에서 월드컵 첫 골을 갈망하고 있다.
비록 대표팀은 2패를 떠안았지만 내달 3일 우승 후보 독일과 경기에서 새로운 기적을 그린다. 박은선도 자기 첫골이자 한국의 승전고를 울리는 득점포에 재도전한다.
kyi048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윤정, 73kg→59.6kg 다이어트 성공..“출산 후 우울증과 요요로 고민”
- 베트남 여행 간 줄리엔 강♥제이제이, 핫하고 건강미 넘치는 커플 (TMI JeeEun) [종합]
- “못 알아볼 정도”..송일국子, 대한민국만세 삼둥이 폭풍성장 근황
- 변호사 비용만 2억 원.. ‘돌싱글즈4’ 믿을 수 없는 이혼 사유 공개에 경악
- ‘태계일주’ 기안84, 거침없는 ‘만년설’ 먹방.. 현지인 ‘인도 삼형제’에 “굿 럭키”
- “운동 중단해야” 전다빈, 청천벽력 같은 의사 소견.. 무슨 일?
- 송지효, 꾸안꾸 공항룩에 러블리한 미소 반칙 아닌가요?
- 현진영, ‘인성 인격 장애’ 고백 “14살 때 母 돌아가셔.. 뭐든 끝장을 봐야 직성 풀려” (금쪽상
- 이말년, 절친 주호민 사태 언급 “드릴 말씀이 없다”.. 방송가는 초비상
- 이다인, ♥이승기와 여름휴가?..하의 실종룩으로 각선미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