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음식 고스란히…치유하고 체험하고 ‘농촌관광마을은 변신중’
휴식 제공하는 용암치유마을
도자기 굽기·둘레길 등 인기
평창 의야지·서귀포 하효맘
우리 농산물 활용 체험 호응
사회관계망서비스 홍보 필수
적극 소통 나서야 경쟁력 확보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는 많은 농촌체험마을이 좀처럼 반등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치유농업’을 주제로 도시민을 모으거나 가공식품사업과 병행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농촌체험마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도시민 마음 위로하는 ‘치유농업’이 돌파구=“치유농업은 도시민에겐 휴식을, 신체적 약자에게는 안식을 제공합니다. 우리 마을은 지금 ‘치유마을’로 대대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치유마을 대표 정지철씨는 “최근 농촌여행 경향이 체험보다는 여유·휴식 쪽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치유’는 앞으로 농촌관광을 이끌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용암치유마을은 2021년 지역 내 6개 체험농장이 참여해 만든 농업법인회사다.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역사·문화·음식·곤충·꽃 등 다양한 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용암치유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6개 농장을 돌며 도자기를 굽고, 맨발로 둘레길을 걸으며 저녁에는 천문대에서 밤하늘도 관찰한다. 또 원예치유사와 함께 꽃길을 걸으며 꽃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고 나만의 요리법으로 만든 치유밥상으로 식사한다.
방문객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곳에 다녀간 남양주시 공무원과 구리·남양주 교육지원청 소속 교장 등 8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7%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정부도 치유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해당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장정희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은 “치유농업은 사회복지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농촌관광”이라면서 “앞으로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 중장년층, 사회 취약계층이 치유농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교육부와 연계해 치유농장 모델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치, 가공식품사업 병행하며 경쟁력 쑥쑥=야트막한 대관령의 평탄 고원에 푸르게 펼쳐진 양떼목장 울타리를 지나 산 위에 목가적 풍경처럼 자리한 풍력발전단지를 따라가다보면 횡계2리 의야지바람마을과 마주한다. 마을에선 180여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하늘체험장’을 갖추고 다양한 체험활동에 나선다.
이곳은 외국인이 찾는 ‘한국 명소’로도 유명하다. 양파·피망·사과·토마토 같은 국내산 농산물과 치즈로 ‘한국식 피자’를 만드는 체험이 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말레이시아·싱가포르·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 외국인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당근을 재료로 한 한과 만들기에 재미를 느낀다.
마을 대표 최태현씨는 “많을 때는 90개 가까운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외국인을 국내로 유인하는 여행사)와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외국인 유치에 힘썼다”면서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음식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만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프로그램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사업을 바탕으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눈에 띈다. 감귤칩과줄·감귤타르트 만들기로 제주에 여행 온 이들의 발길을 잡는 제주 서귀포시 하효동 ‘하효맘’이다. 이곳은 2018년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하고서 9개월 후 가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미형 하효살롱협동조합 대표는 “100% 국내산 농산물이 들어간 과줄류(조청을 바른 과자에 튀밥을 묻힌 전통 간식)가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가공사업으로만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줄었으나 가공사업이 지탱해준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홍보는 필수=본인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는 공간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는 필수가 됐다. 하효맘은 ‘방문객이 체험한 것을 SNS로 남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감귤타르트·귤청 만들기, 한라봉·현무암 형태의 향초 만들기 같은 체험은 사진 한장만 찍어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제주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시현 경남 사천시 소곡금자정농촌체험휴양마을 사무국장은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며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농촌체험마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상에서 농촌체험마을이 제대로 노출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족과 농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계획인 김성태씨(48·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농촌관광지를 탐색하려 해도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농촌체험마을이 유명 숙박·여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진출하도록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주는 등 마케팅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농촌체험마을이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방문객의 발길을 돌릴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충남 서산에서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는 한 마을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농촌관광을 선택지로 삼을 수 있도록 ‘농촌체험마을 전용 쿠폰’을 온라인에서 배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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