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AI 의심’ 고양이 접촉자 모니터링…“동물 접촉 주의해야”

26일 서울 구로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고양이를 대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확진된 데 이어 관악구에서도 의심 사례가 나온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해당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지난 29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형) 의사환축(의심되는 동물)으로 확인된 관악구 고양이보호소의 고양이 세 마리와 접촉한 사람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의사환축이란 가축방역관이 임상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렸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가축을 말한다. 질병청은 동물병원 종사자와 보호소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노출자 가운데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앞서 지난 25일 용산구 고양이보호소에서 기르던 고양이 두 마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형)에 확진된 것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관리 대상자는 한 명이고 의심 증상이 없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노출자를 최종 접촉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열흘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국외에서도 포유류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럽과 미국, 페루 등에서 붉은 여우, 스컹크, 수달, 곰, 바다사자 등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바 있다. 지난달 폴란드에서는 고양이 29마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포유류에서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례가 없지만, 국외에선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질병청이 펴낸 ‘주간 건강과 질병’의 ‘세계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발생 현황(2018∼2022년 4월): WHO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18년 1월1일부터 2022년 4월20일까지 세계보건기구(WHO)에 정식 보고된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사례는 모두 132명이고, 이 가운데 22명이 사망했다. 이 기간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은 모두 가금류를 통한 노출로 확인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포유류를 통해 사람이 감염된 사례로는 지난 2016년 12월 미국 뉴욕의 동물보호센터에 근무하는 수의사가 고양이로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 등이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사체나 분변 등을 통해 감염되므로 건강을 확인할 수 없는 조류와 고양이의 사체나 분변을 직접 만지지 않아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