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 순간 양의지 발은 공중에 있었다…‘1호 퇴장’ 두산 이승엽 감독 “판독센터에 전화할 수도 없고, 답답했다”[SS 포커스]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29일 잠실 LG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에 불복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답답한 마음을 비디오 판독센터에 직접 알릴 수는 없잖아요.”

하루가 지났지만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생애 첫 퇴장 순간을 돌아보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감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홈경기를 앞두고 “비디오판독센터 판정의 일관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 비슷한 장면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디오판독 끝에 판정이 번복된 과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뉘앙스가 가득했다. 상황은 이랬다.

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양의지(오른쪽)을 자제시키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전날 경기에서 0-0으로 뒤진 5회초 2사 만루에서 LG 문성주가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 1루에 있던 홍창기까지 홈으로 달렸고, 두산 야수진의 송구는 뒤로 빠졌다. 그러나 홈 플레이트 커버에 나선 김동주가 재빨리 집어들고 포수 양의지에게 전달해 여유있게 아웃됐다. 판독시간을 거의 다 쓸만큼 까다로운 판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세이프로 번복됐다. 양의지가 홈플레이트를 막은 것으로 인정된 탓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홈페이지를 통해 비디오판독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논란이 된 장면을 들여다봤더니 포구 순간 홈플레이트는 열려 있는 게 확인됐다. 블로킹 자세를 취하면서 포구해 순간적으로 오른발이 플레이트를 막았지만, 느린 화면으로 보면 포구 순간에는 오른발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산 양의지(오른쪽)가 29일 잠실 LG전 5회초 수비 때 홈으로 달려오는 홍창기를 태그하기 위해 포구 후 발을 이동시키고 있다. 양의지 미트에 볼이 들어와있고, 양의지의 발은 이동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 | KBO 비디오판독센터 화면 캡처

판독결과로 판정이 번복되자 이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번복할 수 없다는 것도, 퇴장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도 “납득할 수 없는 판독인데다 같은 상황에 우리 주자는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일관성 없는 판정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기 중에) 판독센터에 전화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올해는 유독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는 탓에 판독결과에 항의하다 퇴장하는 사례가 꽤 있다. 이 감독은 시즌 17번째이자 감독으로는 8번째 퇴장사례로 기록됐다. 자질이 부족한 심판이 1군에서 판정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컨트롤타워로 볼 수 있는 판독센터가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판정을 향한 불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납득할 수 없는 판독 결과로 주자 세이프 선언이 되자 두산 김재호(왼쪽)와 양의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퇴장을 불사한 항의는 때로 팀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전략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이 감독이 항의한 장면은 정지동작으로 프레임을 끊어 관찰하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만큼 잘 담겼다. 비디오판독은 연결동작뿐만 아니라 초고속 프레임으로 플레이를 분절해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판독센터의 신뢰마저 무너지면 리그 질서가 흔들린다. 해설위원 출신인 허구연 총재가 비디오판독 메커니즘을 모를리 없다.

항의하는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에만 징계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