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40도까지 올랐다…밭일 보러 나간 노인들 연이은 사망

경북소방, 29일 온열질환 사망 4건 접수
장마철 끝나고 전국서 연일 폭염 이어져
65세 이상·남성·실외작업장서 발생 많아

창원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경상북도에서 폭염에 밭일을 하던 고령자 4명이 잇따라 숨졌다.

장마가 끝나고 전국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발생이 급증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58분경 경산시 자인면 한 밭에서 7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온열 질환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5시 8분경 문경시 영순면에서도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곧바로 사망했다.

소방 당국 출동 당시 이 여성의 체온은 40도로 측정됐다.

이보다 앞선 오후 4시7분경 김천시 농소면 과수원에서는 80대 여성이 폭염에 목숨을 잃었다.

상주시 이안면에서는 오후 1시 28분께 참깨밭에서 수확하던 90대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오후 2시 25분과 오후 2시 49분께 청도와 경주에서도 각각 80대와 90대 여성이 밭에서 쓰러져 사망했으나,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지난 29일 경북 지역에는 이들을 포함해 총 8건의 온열질환 응급의료 신고가 접수됐다.

장마철이 끝나고 전국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자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온열질환자가 178명 집계됐다.

지난 24일과 25일 온열질환자는 각각 7명, 14명이었다가 장마 종료가 선언된 26일 46명으로 급증했고, 27일 62명, 28일에는 70명으로 늘었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938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이번 주말에 온열질환 추정 사망 사례가 나와 주말 상황이 통계에 반영되면 공식 집계 숫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연령대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26.7%로 가장 많고, 50대가 20.9%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79.6%, 여성이 20.4%이다.

온열질환의 81.0%가 실외에서 발생하며 실외 중에서도 실외 작업장(32.4%), 논·밭(12.7%), 길가(11.9%) 순으로 발생 빈도가 높았다.

발생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낮 시간대가 52.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오전 시간대인 10∼12시 발생도 18.2%로 적지 않다.

질병청에 따르면 폭염 시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활동을 자제하며 시원하게 지내는 건강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