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역대급 실적에 윤종규 KB 회장 4연임 도전하나
KB금융그룹이 올 상반기에만 3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내며 2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지자 윤종규 KB금융 회장(68)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자체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윤 회장 본인이 용퇴하겠다는 뜻을 나타내지 않은 상황이고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연임 ‘시도’는 있었던 만큼 윤 회장이 지난 9년간 쌓은 실적을 내세우며 다른 후보들과 경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 상반기에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6705억원)보다 12.2%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1위였던 신한금융(올 상반기 2조6262억원·지난해 상반기 2조6824억원)도 앞섰다. 3·4위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당기순익은 각각 2조209억원, 1조5390억원이었다.
KB금융이 다시 1위로 올라선 요인 중 하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다. IFRS17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손해보험사의 회계상 이익이 커졌고 KB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대형 손보사(KB손해보험)를 계열사를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경영 성과와 윤 회장의 4연임 도전을 연결하는 분석도 많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에 취임한 후 2017년과 2020년에 각각 연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고수익’을 보는 눈이 곱지 않고, 올해는 금융당국이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은행의 경쟁체제 강화 방안까지 잇따라 내놓았는데도 KB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실적(4조4133억원)의 70%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면서 “윤 회장이 물러나겠다는 뜻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실적을 더 올리려고 했다면 충당금을 1조원 넘게(1조3195억원) 적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4연임 도전 여부는 다음 달 초쯤 가늠할 수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8월8일에 제1차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6명을 확정하고 같은 달 29일 2차 숏리스트 3명을 정한다. 윤 회장이 숏리스트에 포함되고 용퇴하겠다는 뜻도 밝히지 않는다면 선임 절차를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
관가와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임기 3년을 다시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일단 윤석열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도 3연임에 실패했다.
금융당국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도 지주 회장의 10년 이상 장기집권을 반대했다. 하나금융 회장은 2022년 3월25일 취임을 앞두고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취소 행정소송 1심, 채용 비리 형사사건 1심이 문제가 됐다. 당시 금융위는 당국의 징계를 받고 유죄를 선고받은 신임 회장의 취임보다 2012년 3월부터 자리를 지킨 전임 회장의 임기 연장을 더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도 불가능했는데 4연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지역 안배도 고려 대상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윤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모두 호남 출신(각각 전남 나주, 전북 임실, 전남 보성)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KB금융 수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크고 결격사유가 새로 나오지 않는 한 국민은행장을 지낸 허인 KB금융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고 대구고를 졸업했다. 허 부회장과 경쟁하는 양종희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각각 전북 전주, 제주, 서울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비공식적으로 금융당국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손태승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때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발언을 했는데 현재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 회장은 당시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중징계 처분을 받은 직후여서 현재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조용병 회장 때도 김 위원장 등이 공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윤 회장이 당국에 사의를 표명했는지) 알 수 없고 알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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