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속 세금 감면... 서민·저소득층 등 稅 부담 14조원↓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7.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깎아주는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 항목의 약 90%를 연장한다. 이에 따른 세금 감면액은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민·저소득층 등의 세 부담을 덜겠다는 조치지만 세수 결손 등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올해 예정인 비과세·감면 제도 등 조세지출 항목 71개 중 58개의 적용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7개 항목은 구조 재설계를 통해 사실상 기한을 연장한다. 결과적으로 71개 중 65개(91.5%)의 조세지출이 유지되는 셈이다.

조세지출은 비과세 또는 감면 등의 조세특례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2023년도 조세지출예산서를 바탕으로 추산한 65개 비과세·감면제도의 올해 감면액 전망치는 총 13조6000억원이다. 추정 곤란 항목을 제외한 수치로 실제 감면액은 이보다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연장·재설계 조세지출은 대체로 △중산·서민층 △농어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구체적으로 제도 중 감면액이 가장 큰 것은 면세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3조868억원)다. 음식업자가 농산물을 구입할 때 일정 한도까지는 매입세액으로 간주하고 부가가치세 과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영세 개인 음식점의 공제율 확대 특례를 적용해 3년 연장키로 했다.

이 밖에 △신용카드 등의 상용에 따른 과세특례(2조6566억원)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2조3686억원)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 특례(1조5374억원) △농업·임업·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1조1580억원)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10조388억원) 등이다.

일몰이 도래해 재설계·기한 연장없이 조세지출을 종료하는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적다. 지난해는 74개 중 10개 항목을 종료해 종료 비율이 13.5%였다. 올해는 71개 가운데 6개를 종료해 비율이 한 자릿수(8.5%)에 그쳤다.

다만 과도한 세금 감면 국가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건전재정 기조를 거스른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국세수입이 크게 줄면서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5월 관리재정수지는 52조5000억원 적자다. 정부의 올해 전망치(58조2000억원 적자)의 90%에 근접했다.

한편 기재부는 예산 편성에서는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이어왔지만 조세 분야에서는 허리띠를 푸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5년간(2024~2028년) 4719억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전망이다. 실제 세수 감소분을 보여주는 '누적법(기준연도 대비 방식)'을 적용하면 세수 감소분은 3조702억원으로 불어난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