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출석률 반토막 난 아프리카 회담 자찬...서방에 경고
아프리카 정상 참여 인원 반토막, 우크라 평화 제안 논의
시리아에서 나토와 직접 충돌 가능성 언급, 남아공 브릭스 회담에는 가지 않기로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통에 아프리카 정상들을 불러 진행한 회의에서 “포괄적인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번 회의에 비해 참석률이 반토막 난 이번 행사를 자찬하면서 시리아에서 서방과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체포영장이 나온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는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화·안보·발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54개국 중 49개국이 참여했으나 국가수반이 직접 참석한 곳은 17개국에 불과했다. 2019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는 45개국 정상이 직접 참석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2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회견에 동석한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스포츠와 과학·교육, 미디어 등 많은 분야에서 부대 행사 및 포럼이 함께 열렸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에 따르면 푸틴은 행사 조직을 칭찬하고 정상회의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자평했다.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에 푸틴은 아프리카의 평화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7개국 지도자들은 지난달 평화사절단으로 러시아와 우크라를 각각 방문해 휴전안을 제시했지만 양측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날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은 "공식 및 비공식 채널을 통해 우크라 문제와 관련한 약 30건의 평화 제안이 들어왔고 우리는 모두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로바는 "우리는 협상을 절대 거부하지 않았지만, 우크라가 지난년 4월 협상에서 철수했으며 같은 해 9월부터는 협상 자체를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평화협상 외에도 흑해 곡물 수출 재개와 러시아산 비료·곡물에 관한 제재 해제, 군사 활동 중단, 포로 교환 등 다양한 긴장완화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직접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 침공 이후 미국의 지원이 이어지자 미군의 무인기(드론)을 노린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는 지난 3월 흑해에서 비행하던 미군 드론을 추락시키기도 했다.
최근 도발은 시리아에서 반복되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는 이슬람국가(IS) 잔당을 추적하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과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는 러시아군이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러시아 전투기가 시리아에서 비행하던 미군 무인기(드론)에 가까이 붙어 미사일 교란용 섬광탄(플레어)을 발사해 드론의 프로펠러를 망가뜨렸다. 미 공군은 이달 들어 비슷한 사건이 6번이나 일어났다고 밝혔다.
푸틴은 나토와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항상 어떤 시나리오에도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때 미국 측의 주도로 이러한 충돌을 막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한 바 있다. 관련 부서 책임자들이 직접 소통하면서 어떤 위기 상황에도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한편 푸틴은 8월 22~24일 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가지 않고 화상으로만 참여한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3월 푸틴이 우크라에서 아동을 불법으로 빼돌린 전쟁 범죄에 관여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남아공은 ICC 회원국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는 "모든 동료와 접촉 중"이라며 "지금 러시아에 있기보다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은 오는 9월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며 "생각해 보지 않았다. 두고 보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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